토기 감상 - 서수형(瑞獸形) 명기(名器)

이보시오. 박사!

그대를 박사라 칭하는 것은 그대가 온 우주 자연의 섭리와 삶과 죽음의 이치를 통달하는 까닭이외다.

이보시오. 예술가여!

그대는 흙을 빚어서 천하의 명품을 만드는 최고의 예인이오.

이 분야의 폭넓은 식견과 평생을 바친 노고와 경험을 가진 대가임을 온 세상이 다 아는 바이외다.

 

이 나라의 부국과 안민을 간절히 염원하는 이 왕의 소원을 들어주시오.

그대의 손길로 빚어낸 천하의 명품으로 천신께 제사를 올릴 상을 차릴 것이오.

천하제일이요, 전무후무할 명기에 최고의 명인이 빚어낸 신선주를 담아 천신께서 흠향하시도록 하고 싶소이다.

그리하여 이 강토의 위정자나 백성들이 지상 낙원에서 만복을 누리도록 기도할 것이오.

 

왕이시여!

자애로우신 왕명을 따르기 위해 백일 기도를 드리고

누구의 발길에도 밟히지 않은 신령한 땅에서 성토를 채취하였나이다.

그리고 조왕신에게 빌어 모은 아침 이슬로 반죽을 하였나이다.

흙으로 토기를 빚는 일이 실은 축원의 기도를 올리는 일이랍니다.

흙 한 줌, 물 한 그릇에도 땅의 생명과 기운이 응축되어 있는 것이지요.

흙과 물이 적정 비율로 배합되고 불의 신비로운 바람으로 구워지며 신기한 색과 빛깔과 강도를 가질 수 있는 것이랍니다.

가마 안에서 일어나는 신비로운 현상들은 인간적인 생각과 말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랍니다.

오로지 영적인 신비의 힘과 우연적 요소가 가미되는 것이기에 아무도 볼 수 없게 입구를 폐쇄하는 것이랍니다.

꿈속에서 현신하신 신령님의 계시로 성형하였나이다.

이 세상에 오로지 하나 뿐인 이형(異形)동물을 점지해 주셨지요.

지상에서는 장생의 상징이요 영물인 거북을 몸통으로 하고 지상에서 천상으로 웅비하는

용의 머리와 꼬리를 결합한 형상을 선명하게 보여주셨나이다.

거북과 용은 현실과 이상이 가장 조화롭게 이루어지는 경지랍니다.

지상과 천상이, 이승과 저승이, 살아있는 후손과 죽은 조상들이, 현재와 과거가,

꿈과 현실이 하나가 되어 화평해지는 최상의 상태랍니다.

 

오!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명기를 보며 기쁘고 설레는 이 마음이오.

최고의 박사이자 예술가의 일생일대의 작품이구려!

천신에 대한 최상의 흠숭은 가장 아름다운 명품 제기에 자연이 은혜롭게 자연이 내어준 곡물로

술과 떡을 빚어 올리고 극진한 흠숭을 드리게 되었구려.

거북의 몸통은 아래가 납작하고 위는 둥근 반원형이라 온 대지를 상징하는 듯 하오.

몸통에 단 영락은 이 땅에 사는 이들의 간절한 희생과 기도의 상징일 것이오.

살아서 약동하는 듯 라는 신비한 용의 머리는 하늘로 솟아올라 지상의 염원을 하늘에 전할 것이오

상서롭고도 아름다운 두 형상의 결합으로 우리의 모든 꿈이 이루어질 것이오.

그리고 세세 대대로 이 보물이 전해질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