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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토란밭에서

토란은 매년 텃밭의 단골이다
내가 토란을 좋아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토란은 자라는 동안 밭에 피어나는 한 폭의 대형 그림이기 때문이다

연못에 피는 연은 이미 품격 있는 상징을 가지고 공원에서 뭇시선을 독점한다
이에 비해 토란은 아직 농작물 수준에 머물러 있으니 토란의 입장에서는 아쉽고 서운하리라

솔직히 말해 나는 토란의 식용적 가치보다 미학적 가치를 더 선호한다

토란씨를 넣고 한참을 기다린 연후에야 땅 위에 솟아오르는 뾰죽한 새 순의 정수리, 돌돌 말린 잎을 풀며 피어나는 잎,
파라솔을 쓴 여인처럼 넓고 광택있는 잎과 초록의 안정감 등으로 반년 가까이 시선이 즐거워지는 것이다
비오는 날이면 잎에 구르는 옥구슬을 보면 청량감과 신기함으로 소년의 감성을 되찾는다

이번 장마에 토란이 쑥쑥 기둥을 밀어올린다 토란 한 포기마다 왕궁처럼 영화를 만들어 가고 허물어지며 적멸의 길로 가는 과정을 사유하게 하니 토란밭은 마음을 일구는 밭이기도 하다

시월의 어느날에 토란대 껌질을 벗기가 썰어서 말리며 국거리 재료를 준비하는 일도 여러 해 되풀이 되는 일상이다
토란 뿌리는 지인 몇 분에게 드리러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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