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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전지를 하며


이 뜰은 내 사유의 근원이 되며
근육이 자라고 노동의 가치를 배우는 삶의 도장이다
그리고 사시사철 화목이 자라는 자연미술관이기도 하다

장마철에 신명을 내며 쑥쑥 웃자란 풀들의 기세가 극성이다
야산이라면 제 멋대로 자라는 게 순리지만 사람의 거처에서 자라야 하는 탓에 주인의 통제를 받아야 하는 것이 정원수의 숙명이다

제 멋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거지
더부룩하게 자라 단정함을 잃어서는 안되지
늘상 이렇게 되뇌는 주인이 드디어 긴 전정 가위며 톱을 들고 전지를 한다

여기는 많은 화목류들이 더불어 아름답게 살아가야 하는 법을 세우고 지배권을 행사하는 총독처럼 눈이 매섭다
네가 활개를 펼치면 네 옆 자리가 협소하니 여기까지만 허용한다며 강제력을 발동한다
총독의 권한 안에는 어미의 현명한 판단과 자애로움이 담겨있기도 하다

연약하거나 길을 잘못 낸 덧가지나 곁가지는 대를 위한 희생이라며 위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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