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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돌을 보다가

돌을 본다
집 주변에 많은 돌이 있어 내가 살아가는 세계를 구성하는 중요한 환경의 일부다 발길에 툭툭 채이는 막돌, 돌담에 놓인 돌, 밭에 묻힌 돌, 친구에게 받은 수석 한 점, 축대를 겸한 거대한 정원석, 하천 계곡에 나뒹구는 수많은 돌멩이들, 파쇄되어 길에 깔린 돌……

나무나 물이나 산처럼 돌과 더불아 살아감으로 돌을 가벼이 대하지 않고 싶다
나에게 쓸모나 이익이 없다고 해도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존재 가치가 있는 것이다

돌에 둔 눈길을 쉬이 거두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보는 척 고개를 돌렸다가 금방 시선을 거두고 말지
보는 것 자체에 흥미를 잃고 마는 것은 판단이 개입되는 것임을 알아
기존의 이념, 관념으로 바라보기 때문이지
그 흔한 것 볼게 뭐가 있다고……
특별히 신기한 것도 아닌데 그게 뭐 대수라고……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가득한 어린이의 눈망울로
눈을 처음 보는 아프리카 사람의 경이의 눈으로
첫 경험의 진지함과 매의 눈의 집요함으로
익숙한 것을 서투른 시선으로
친근한 것을 낯선 시선으로

담벼락에 끼인 작은 굄돌이 돌담의 동요를 막아주는 공을 세우고 있음을 돌담을 쌓아본 사람은 알지
냇가에 돌멩이들의 모암이 상류 어딘가이거나 산등성이에 있으며 큰 물에 떠내려왔다는 것을 오래 바라본 사람은 알게 되지

무언가를 볼 때 보는 일 자체에 몰입하자면 내 눈으로 보아야 하지
다른 사람의 눈이나 이미 정해져 있는 상투적인 눈으로 보지 말고 나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해 성급해 하지 말고 진지하고 차분히 보아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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