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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모서리의 여유

 

어느 갤러리에 들러 삼각 코너장 하나를 본다
그 가구가 비싸보이거나 위에 놓인 기물의 값어치나 아름다움보다는

모서리에 놓인 모서리장 자체를 바라본다

모서리는 직선 구조가 낳은 소외지대다
내 친구 하나는 원형 흙집을 지었다
원형 거실과 원형 방은 모서리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런데 나무로 만든 가구는 대부분이 사각구조다
두 구조가 궁합이 안맞아 친구의 집에는 사각 옷장을 들여놓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주택은 직선형이라 사각가구를 들여놓기가 좋지만 모서리가 생긴다

모서리는 두 면이나 벽이 만나는 지점에 자리잡는다
면이나 벽의 중앙부분은 쓸모있는 것들이 이미 차지하고 있거나

예비해 두기 때문에 모서리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다

외지고 좁고 어두워 외롭고 심심하다
사람들은 중앙을 좋아해서 여러사람이 잔치를 할 때도 가운데에 모여있고 모서리에는 소지품들의 공간이다
모서리는 그래서 표정이 어둡다
그래서인지 먼지 나부랭이들이 뒤전에 밀려나 있다

모서리의 위로이자 심심풀이이자 놀이개가 있어 저 모서리는 당당하고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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