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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뜰에 핀 6월의 꽃

 

 

계절마다 뜰은 변화한다.

유월은 많은 화목류가 꽃을 피우는 결실의 시기이다.

뜰을 거닐며

꽃들에게 참 마음의 인사를 보낸다.

 

 

여러 꽃들을 즐기느라 한송이마다

깊은 마음을 쏟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다.  

 

 

꽃은 어느 새  나를 아름다움으로 이끈다.

내 안의 감성을 끌어올려 깊은 미적 관조에 들게 한다.

그리고 꽃들은 생명의 노래를 들려준다.

살아있는 것들은 저마다 생명을 찬미해야 가르친다.

 

 

 

해당화는 사범대생의 교가라고

대학시절 때 회식말미에 곧잘 노래하던

"해당화 피고지는 섬마을에

철새따라 찾아온 초옹가악선새애애앵님"

 

 

 

노란 은하수처럼 꽃을 피운 돌나물

연한 잎을 나물로 먹고 은하수 흐르는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유월이다.

 

 

 

사람에게 삶의 마디가 있다고 한다.

화초는 꽃을 피울 때가 삶의 절정기일 것이다.

그러나 꽃을 피우는 일이 꽃의 본연의 목적은 아니리라

우리는 삶에서 어떤 꽃을 피워야 하는 것일까?

 

 

 

 

바위 겨드랑이나 배꼽에 한 줌 흙에서도

모진 생명을 꽃으로 피워내는 기린초

 

궁합은 사람에게만 있는 게 아니리라

 

검버섯 듬성한 이끼 내린 바위에

샛노란 은하수 흐르는 기린초 안기면

차라리 원앙 한 쌍이다.

 

 

 

 

 

초롱꽃이 눈을 뜨고 세상을 바라본다.

이제 새 세상이 열리는 것이리라

이제 갓 눈을 뜬 꽃이

바라보는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울 것인가 

얼마나 순수할 것인가

 

 

 

바위취는 바위 그늘에서

제 목에 넥타이를 한개씩 매고 있다

심미안은 때로는 현미경 같은 눈으로

미세한 부분까지도 낚아채야 보이는 것이 아닐까

 

 

(바위취꽃 정밀촬영)

 

 

 

바위취는 역시 바위와 함께 해야

제 속성이 잘 살아날 것이다.

 

 

 

 

 

잎맥에 잉크방울이 퍼져가는 것인지

파란 하늘이 꽃에 스민듯한 붓꽃

한 송이는 이미 지고......

천사의 소매를 보는듯한

신비로움에 젖는다

.

 

 

 

오랫동안 바라보노라면

어린 시절의 애틋한 슬픔에 젖게 되는.......

찔레꽃은 우리의 마음을 아리게 하는

추억의 꽃, 슬픔의 꽃이 아닌가?

 

 

 

 

봄이면 지천에 피어

봄을 찬미하는 아기똥풀

노오란 꽃을 피우기 위해

흐르는 피마저 노란 것인지.....

 

 

 

 

 

고들빼기가 꽃을 피운다.

긴 줄기마다 발랄한 잎을 매달고......

 

 

 

 

 

소매마다 사랑의 무늬같은

등을 주렁주렁 매달고 님을 기다리더니

그 시절은 지나고

이제 엄숙하게 종족을 번식시키려 씨를 맺는다.

 

 

 

 

 

 

자연은 서로 벽을 쌓지 않는다.

바위와 풀과 꽃들이 서로 어우러진

화합과 축제의 마당이다.

 

 

 

 

 

 

창원 미남의 꽃동산에서 시집 온......

양귀비처럼 예쁘다. 당당하다.

 

 

 

 

 

알프스민들레가

다음 세대를 대비하며 경건해진다.

다음 세대를 더 멀리 안전하게

바람결에 날리려 씨앗을 감싸고 있는

부드러운 낙하산을 보노라면

 

자연의 현묘한 질서에

나도 엄숙해질 수 밖에....

.

 

 

 

 

둥근잎꿩의 비름은 이미 꽃이 떨어지고

 

 

 

 

박주가리 씨앗이 언제 날아왔던지

뜰에 이주하였다

 

만추에 야산에서

박주가리가 씨앗하나하나를 낙하산에 매달아

가을 들녁 바람에  흩뿌리는 장면을 보고

글 몇 줄 쓴 일이 있어 감동을 받은 적이있다.

 

 

만추의 야산 가시덤불 한구석엔

생의 막바지에 선 야생초의

엄숙한 통과의례가 진행 중이었다.

아! 은밀한 신비여!

 

가녀린 대공 위

로마 제국 같은 꽃의 영화를 피워 올리고

제국의 몰락은 그저 폐허로 남지 않았다.

새 제국을 이어가기 위해 결연한 표정으로

새 옷을 갈아입었구나.

 

선대로부터 받은

種의 X-파일이 내장된 씨앗들을

솜털이 장엄하게 감싸고 있다.

 

더 멀리

더 안전하게

더 많이

억겁 순환의 절대절명의 명제다.

 

소슬바람 한 점에도 부양할

최소 중량 비행체

어떤 불시착에도 충격을 흡수할 랜딩기어

아! 그래서 솜털 우주선이었구나!

(자작시 박주가리 전문)

 

 

 

 

 

달맞이꽃대 사이에서 개망초가 피어난다.

흔하디 흔한 풀이라 곧잘 뿌리째 뽑히는 신세지만

꽃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앙증스럽기 그지 없는.......

 

 

 

 

클로버는 외래종이지만 이제 우리의 꽃이 된.......

누구나 한번 쯤은 행운 찾기 위해

클로버 잎에 시선을 파묻은 적이 있으리라

시계를 만들어 손목에 감거나.

 

 

 

컴프리는 외래종인데 강한 생명력을 지니고

흔하게 피어나는데

암에 특효라는 둥 아니라는 둥.......

연한 잎을 따다가 전을 부치면 깻잎처럼 고소하다

나도 가끔 비오는 날이면 컴프리를 찾는다

 

 

 

 

 

산수국은 서한당이 좋아하는 꽃이라

인근 밭에서 초빙한 원주민이다.

요란스럽거나 화려하여

시선을 끄는 꽃은 아니지만

다소곳이 피어 은은하게 마음을 움직인다.

 

 

 

 

뚱단지밭에서는

뚱단지 같은 소리하지 말아야 하는데.....

해산물로 치면 오만둥이 같은

밭작물로 치면 생강처럼 생긴 감자 같은...

 

 

 

 

메꽃과 클로버가 함께 손을 잡고 ........

 

 

 

 

우산나물이 꽃대를 올려서

거룩한 번식의 준비 단계이 들었다.

 

 

 

 

 

담장 너머에 줄장미를 심었다.

장미는 화려하고 당당한 여인같은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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