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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버스 안에서

읍에 가는 버스 뒷자리에 앉으니 여러 뒷 모습들이 보인다
5일장을 보러 가는 노인들, 천원짜리 지폐를 꼭 쥔 채 버스 문턱을
겨우 오르며 끙 소리를 토한다
윤기라곤 없는 머리칼들이 찔레덤불처럼 엉켜있다
새떼들이 다니는 길 아래에는 채 감추지못한 은발이 드러난다

푸른 봄날에는 거울 앞에서 요리조리 돌려보머 한참이나 매무새를 가다듬었을 오래 전의 마른 추억을 회상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참 속절없는 세월이다
내 한 몸 건사한다면 마른 빗질 몇 번만으로도 가지런하련만 지친 삶에 그만한 여유조차 부족한 것을…..

뒷 좌석에 앉은 내가 기력이 쇠하여 문이 가까운 좌석에 앉고 내 뒷꼭지를 누군가 보며 지금의 나같은 생각을 하겠지
이제 버스가 시장입구에 모두를 내려두고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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