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앞 단풍나무,윗쪽 가지 끝은 이미 마르고 비어간다 중심에서 먼 변방이 먼저 소외되어 간다 말라서 뒤틀린 잎 딸랑 몇 개가 가지를 움켜쥐고 있지만 소용없는 일이다 이제 한바탕 바람이 불어 손아귀에 남은 미련을 빼어 낙하한다 우수수 떨어지다가 이리저리 몰려다니며 부서질 것이다
사람들은 단풍색이 곱다며 유흥의 명분으로 삼지만 정작 나무들은 전환의 시점에 서 있다 살아남기 위한 고독한 전사의 투쟁이 시작되고 있다 동토의 땅에 홀로 꿋꿋한 초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