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원생활의 즐거움

찔레나무 분재

길 가의 묵은 땅에서 찔레나무 한 그루를 캐서 대형 화분에 앉힌다
찔레는 줄기가 굵은 것이 드물고 가시가 있어서 분재감으로 인기가 없지만 나무의 속성을 알면 사랑스러운 나무다

사람의 손길을 싫어하는 찔레는 묵혀둔 땅을 점유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뽐낸다
철갑처럼 온 몸을 가시로 무장하고 덤불로 요새를 만들어 왕국의 확장을 꾀한다

뿌리를 캐는 일은 만만치 않다
이 붙박이들의 땅에 대한 집착은 생명에 대한 열정 그 자체다
뿌리는 왕국의 요동을 막는 앵커다
어떤 외환에도 흔들리지 않는 왕국의 기초다
게다가 많은 가지와 잎들을 부양할 먹거리를 찾아 지하의 작업장으로 나간 광부다

내년 봄에 가지마다 움이 트고 앙증스런 잎이 돋아나며 분에서 새 출발을 하는 나무를 지켜보며 전원생활의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

'전원생활의 즐거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쏘시개를 구하다  (0) 2021.11.23
현성산 문바위  (0) 2021.11.22
단풍나무 가지 끝이 마르고  (0) 2021.11.14
유공관 매설  (0) 2021.11.05
된서리 내리고  (0) 2021.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