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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식사를 하며

TV 리모콘을 옷장 안에다 유폐 시킨다
선거판이 온갖 독설과 이전투구로 선동하는 통에 나도 모르는 새에 내가 오염되고 그들의 좀비가 되어 있었다
흥겨운 춤과 노래판으로 나를 끌어들여 내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매스컴에 저항해 보려는 내 의지의 표현이다

리모콘만이 아니라 휴대폰도 사용을 제한하려고 한다

저녁 식사를 할때마다 TV화면이나 휴대폰 화면을 보며 식사를 하던 이전과 달라진다
절집의 단촐한 식사처럼 떡국을 먹으며 그릇에 담긴 음식에시선을 둔다
삶겨진 김칫잎, 고춧가루로 붉은 국물과 동그란 떡을 숟가락으로 집어올리는 장면을 직접 바라본다
후루룩 음식이 입으로 들어오는 소리며 짭짭 씹히는 소리며 꿀꺽 삼켜지는 소리를 듣는다

아직은 하나의 대상으로만 존재하는 음식이 곧 내 몸으로 들어가 내 몸의 일부가 되는 이 순간을 생생하게 느낀다

나는 오로지 음식을 먹는 하나의 행위에 전일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소중한 일인가!
한꺼번에 한 가지만 하라는 한 고명한 스님의 말이 뇌리를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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