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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밤나무 받침대




쓰러진지 8년 정도 되었을까?
밑둥치가 50센티나 되는 밤나무를 다듬으며 스쳐가는 단상들은 내 작업을 추동하는 내적인 힘이자 즐거움이다
마당에 컴프레샤와 선풍기를 비롯해 여러 연장들을 준비하고 따뜻한 봄볕을 쬐며 일을 시작한다
무릎 높이의 토막 세 개와 소품 두 개로 자연석이나 화분대용으로 만들려고 한다
밤나무 작업은 처음이다
윗면은 평탄하게 나무의 썩은 부분은 파내고 껍질은 벗기고 매끈하게 다듬는다
매끈하다는 것은 그라인더로 갈아내는 게 아니고 사포를 장착한 드릴로 털어낸다
그래야 섬세한 표면의 질감을 살려낼 수 있다

껍질을 벗기자 무수히 많은 개미들이 당황하여 우왕좌왕이다
저희들의 평온한 일상을 깨트린 변란인 셈이라 미안한 마음이다 공구의 거친 소음과 폭거 앞에서도 정찰인지 활동을 멈추지 않는 녀석들음 컴프레샤로 불어낸다
그래도 나도 모르는 새에 희생되었을 수효가 적지 않았을 것이다

나무는 폐허로 가는 과정에 있다
폐허로의 순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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