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오지 않는 날이면 아침마다 과수와 채소에 물을 준다
물뿌리개를 기울여 뿌리는 물이 마른 땅을 흠뻑 적시고 나는 뿌듯한 기쁨과 묘한 쾌감을 누린다
자동으로 급수하는 시설로서는 누릴 수 없어 나는 오로지 수동식 물뿌리개로 일을 한다
이 물주기가 일상화되어 팔뚝에 탄력이 늘고 사유가 깊어진다
수분을 갈구하는 농작물 뿌리로 스며드는 물은 생명수를 살포하는 증여의 기쁨이다
물줄기를 잎으로 듬뿍 받고 흘러내린 물이 뿌리로 스미는 이 행위는 혜택을 베푸는 시혜의 기쁨이다
내 작은 수고가 저들에게는 은혜가 된다
그래서 한 방울의 물도 옆으로 흐르지 않도록 집중하며 정성을 다한다
그런데 흙이 말라 파삭파삭하여 일기 예보로 비 소식을 기다린다
비를 넓게 뿌리며 보편적 시혜자인 대자연이야말로 진정한 주인이요 시혜자란 것을 온 몸으로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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