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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생활의 즐거움

아침의 텃밭에서

아침에는 밭에 나가 관수하는 일이 일상이다
블루베리와 토란 호박 등이 물을 좋아해서 물조리개로 대여섯 번을 준다

클래식 음악이 내 귀로 흘러들어와 이 일상의 행위가 하나의 의례로 격상한다
물을 주는 사람과 물을 받는 작물 사이에 파동이 생기며 상호 공명이 이루어진다
물줄기가 잎 사이로 흐르며 구멍을 낸 비닐 사이로 스미는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는다
아기에게 젖을 물리는 어미의 미소와 같다

이제 토마토와 오이 가지가  내 노고에 답을 하며 실하게 익은 알찬 선물을 되돌려 준다
주고 받고, 받고 또 주는 행위를 통해 하나의 유기적 결속과 신앙처럼 굳건한 믿음을 확인한다
밭에서 이루어지는 사랑과 교감이다
내 손으로 심고, 내 발걸을 듣고 자라 열매를 맺으니 너와 내가 둘이 아니다

수퍼마켓 식품 냉장실에서 일시적 욕망에 따라 선택하고 돈을 주고 거래한 물건이 아니다
토마토 한 줌을 데쳐서 오전 간식으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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