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선 산책로를 걷다가 도로변에서 아랫쪽 냇가에 있는 고라니 한 마리와 마주한다 너댓 걸음 밖에 안되는 거리지만 높낮이 차이가 있다
눈망울에 가득한 불안과 겁, 잔뜩 경계하면서도 당황해서 순간적으로 멈춰 선 고라니를 안심 시키려 조심조심하며 사진을 찍는다
실제로는 30초 정도의 짧은 마주침이지만 이 장면을 포착해 둠으로써 그 마주침을 현재화할 수 있다
아가야
너는 고라니로 나는 사람으로 종은 비록 다르지만 우리가 동일한 시공의 조건에서 대면하는구나
무서워하지 말아라
나는 너를 사냥감으로 여겨 죽일만한 담력도 없는데다 생명에의 외경을 신념으로 가지고 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