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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삽작문 앞에서

삽작문 앞에 의자를 놓고 앉는다 누가 올 것 같지도 않지만 큰 길 방향을 향하는 걸 보면
마음 깊은 곳에 기다림이나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리라

이 계절은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쓸쓸함과허전함이 엄습해 온다
천기에 대한 예감에서 비롯된 것일게다
성장하고 채우고 활동하는 삶의 에로스가 식어가고 그 역방향으로 전환해 간다
멈추고 비우고 줄이며 내면적인 안정과 사유와 성찰로 전환하라는 대자연의 섭리라 해석한다

낙엽이 후두둑 떨어지며 비어가는 수목을 바라보면서 다가오는 서정 탓인가 보다
발라드 몇 곡이 더욱 나를 감상적으로 만든다

가을은 풍요로운 수확을 하지만 이 시절이 지나면 상실과 결별의 시절이기도 하다
태양이 멀어지며 생산의 동력이 차갑게 식어가기 때문이리라 들판은 모두 내어준 후 텅 비고 수목들은 식솔 같은 잎들을 떨구고 나목으로 혹한에 대비하는 전환기다
대자연의 호흡이랄까 이중주의 변주랄까
음양이 교체되는 절묘한 변화를 체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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