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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나무는 가지 끝부터 마르는데

동남향 격자창 앞에 서 있는 단풍나무 잎사귀에 주황으로 단풍이 들었다
안방 의자에 앉으면 시선을 독차지하는 나무라 올해 단풍색이 유난히 곱다
단풍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시한부로 낙엽이 될 것이다  작년에는 잎에 든 주황색이 선명하지 않고 말라서 오그라들었는데 올해는 가지 끝에만 마른 채 선명한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가지 끝부터 마르는구나
마음이 한가한 내 눈이 포착한 장면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가지 끝은 변방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나무라는 유기체에도 중앙과 변방이 있구나 중심부와 거리가 먼 말단 조직부터 수분과 양분이 제한을 받는구나

겨울을 날기 위해 나무는 가혹한 시련을 겪는다 제 분신인 잎들을 모두 버리는 혹독한 희생을 치르며 거듭 남을 준비한다
그런 과정에서 유기체 내부에서도 앞서서 희생을 하는 말단의 기관이 잎이로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나무가 주는 교훈을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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