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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성서 필사

소는 앞만 보며 뚜벅뚜벅 제 길을 간다
왕방울 눈을 끔뻑거리며 묵묵히 길을 뿐, 곁눈질로 주변을 살피거나 잔머리를 굴리지 않고 오직 우직하다
미련하고 둔하다는 말은 성급하고 촐랑거리는 사람들이 지어낸 말이다 그런 말이 오히려 소가 지닌 우직함의 덕을 돋보이게 한다
소는 기민하지 않지만 게으르지 않고 행동이 굼뜨지만 제 일을 미루지도 않는다

큰 덕은 시류에 영합하여 변덕을 부리지 않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한 길을
걸어간다


소처럼 걷는다고 '우보'라고 농을 겸한 덕담을 하면 그리 싫지 않은듯 빙그레 웃기만 하는 서한당이
오늘은  기분이 좋아서 네번 째 신구약 성서 필사를 마친다며 기분 좋은 표정이다
한 번 필사의 분량이 두꺼운 대학노트 7권이다 포스트잇으로 갈피를 만들어 노트 가장자리에 붙여놓고 있다

시작한 날짜를 보니 꼭 6년 전인데 실은 이 중간에 성당 행사로 추진했던 한 번의 완필과 일부 필사가 있었다고 한다

완필 17회 기록을 가진 한 할머니를 무한히 존경하며 롤모델로 삼은 걸 보면 우보(소걸음)라는 표현이 적절하지 않은가 싶다

그런데 네번 째 필사를 끝내자마자 5번째 필사로 들어가는 걸 보면 이 고된 작업이 그저 힘든 일이 아니라 손과 엉덩이와 깊은 신심이 밑바탕에 있는 기도님이 분명하다

한 번 완필이 아니라 며칠만이라도 시도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필사가 주는 기쁨을 공감하기 어려울 것이다

신앙인의 고단하고 단순한 독특한 체험일 것이다
앞으로 성서 필사를 열번 정도 하고 싶다고 한다
언젠가는 자식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엄마의 정신적 유산이란다

내가 관심을 보이며 치하를 겸하고 싶어
내 블로그 한 페이지를 내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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