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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그림 감상 - 관아재

관아재 조영석의 그림 한 점을 감상한다
고목 그늘 아래 물가에서 유유자적 물을 바라보는 한 선비의 모습이다
다리를 꼬고 비스듬히 몸을 기울인 채 한가롭다
인적도 없이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세상의 근심 걱정이나 시름을 잊고 자연과 하나된 모습이다

관아재란 아호에서 이 분의 가치관이랄까 성품의 단면을 추측케 한다
'나를 살피는 집'이란 뜻이다
세상이란 외부의 객관 세계보다는 삶의 주체로서의 자아에 집중하며 성찰하고 수양하는 것을 우선한다
시종도 없고 벗도 술 한잔도 없이 홀로 있어도 넉넉하고 만족스러운 것은 스스로 자연에 동화되었기 때문이다
이 그림을 볼 때마다 월성계곡의 하천가에 앉아 풍광을 즐기는 나 자신을 연상한다
장구한 세월에 풍화되어가는 바위의 기묘한 모습을 보며 흐르는 물을 바라보며 사유를 즐기는 나와 공통된 부분이 많아서 더욱 애착이 간다

그런데 이 분의 내력을 보니 예인의 자존심도 대단하다
초상화 실력자로 임금의 청탁마저도 거부하다 옥살이를 했다니 범접하기 어려운 고고함과 타협하지 않는 기질이 마음에 와 닿는다
마음이 동하지 않는데 억지로 시키면 어떤 보상도 뿌리치는 선비의 대쪽 같은 기개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태가 아니던가

요즘 의경 미학에 대한 글들을 읽으며 공부를 하니 이런 그림들이 조금이나마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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