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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밥 한그릇 반찬 하나

오늘 점심은 평소의 격식에서 일부러 벗어난다
숟가락 하나, 밥 한 그릇, 반찬 한 가지가 전부다
바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식욕이 없어서도 아니라 평소의 틀에 박힌 리듬에서 엇박자를 내보는 것이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것은 차이 때문이다 차이는 움직이거나 흐르거나 가고오는 행(行)의 전제 조건이다 상인은 물건이 귀한 곳으로 가서 비싼 값을 받으려 한다
연정은 다른 성적 정체성에 이끌리는 자연적인 마음의 흐름이다

평소의 상차림에서 변화를 꾀함으로써 기계적인 반복에서 벗어난다

일상생활의 작고 소박한 차이를 생성하고 그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여러 반찬이 하나로 줄어드니 상대적 선호도 없어지고 선택의 필요도 없다
영양가를 살피지 않아도 되고 허기를 면하면 좋다는 지족의 선사가 될 수도 있다
그럼으로 인해 평소에 떠오르지 않았던 생각이 툭툭 스쳐간다

지구촌 곳곳의 굶주린 이들, 반세기 전의 초라한 식생활, 성철 스님의 식단이 연상되기도 한다

차이를 가로지르는 행에 의해 어제와 다른 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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