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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진영근 선생의 작품을 감상하며

 

찰지인, 타석, 공재, 진영근 선생은 오늘날의 서화단에서 독특한 이력을 지닌...

어떤 이들은 백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한 천재라고 극찬하는 분이다.

그는 하늘 끝을 가면서도 외로운 길을 가는 의로운 사람으로

다른 분들과는 달리 독특한 개성을 지녀

마치 멋돼지처럼 저돌적인 서화풍을 지녔다.

 

                                                              

 

내가 그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은

취미로 서각을 하면서부터였다.

그의 작품을 대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지극한 단조로움으로 마음 깊이 파고드는 터라

틈틈이 그의 작품들을 감상하였다.

그의 서화 작품이나 전각작품을 보면서

그런 분야에 기본적 지식이 천박했던 내가

마치 홀리듯이 끌린 것은 참으로 묘한 일이 아닐 수없다.

 

 

그의 전각 작품에 대해 석도륜 선생은

'마치 작은 칼로 간을 끊어내듯 하다.'고 하였다.

전각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는 나는

다만 그의 칼질이 호방하고 우아한 멋이 있으며

이치가 없는듯 이치에 이르며

근원을 더듬어 찾는 경지에 이름을 알 수 있다. 

 

 

 

 

그의 글씨는 마치 눈 위에 새가 발자국을 찍어놓은듯....

서법이라고는 무시한듯한 어린애의 글씨 같은 자유분방한 글씨다

그는 일정한 형식과  법도를 이미 초월한 것처럼 보였다.

마치 파계승 같은 원효처럼, 마치 피카소의 천진난만함처럼....  

 나는 그의 비틀비틀한 한글 민체를 모방하여

붓펜으로 일이년 여를 써 본적이 있다.

 

 

열여섯에 무작정 집을 나서 객지에서 온갖 고생을 하며

오로지 도장새기는 일을 업으로 삼으며

요새 흔히 보기 어려운 특이한 삶을 산 분이었다.

그런 기구한 운명을 오히려 자기 발전의 기회로 삼아

민중적 기상을  잘 드러낸다

 

 

그의 작품을 보면

말을 교묘하게 다듬어 하거나

비위를 맞추는 따위는 찾아보기 어렵다.

오로지 바닥 민초들의 정서가 거침없이 드러나

애환을 기본 정서로 삼는 우리의

보편적 정서에 딱 맞아 떨어진다.

 

아래 작품을 보면

큰 애기 젖통은 몽실몽실, 씨엄씨 잡년아 잠깊이 들어라

서방님 오까매이 깨벗고 잤더니 문풍지 바람에 설사가 났네.

얼마나 속이 후련한가.

인간성의 가장 원초적인 부분을 서슴없이 표출하며

해학과 익살로 한을 승화 시키는

카타르시스에 젖는 이 배설의 쾌감이란.

 

 

 

 

 

 

가난의 서러움을 한 잔의 술로 승화 시키는

해학에 무릎을 친다.

이 단순한 그림 속에

이 초탈한 글씨 몇 자에......

 

 

 

 

 

전각에서 가장 중요한 요결은 기운생동

즉 생동감이 있고 고상한 운치가 살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들 범하기 쉬운 속된 기운이라던가

습관적으로 몸에 밴 기운이라던가

억지로꾸미거나 쓸더없이 객기를 부리는 등

참으로 기운생동에 이르기 어렵다고 하는데......

어떻게 그 오묘한 경지를 깨우쳤을까?

 

그의 말을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다.

고전에 대한 호학을 바탕으로

무한한 예술 혼을 잃지 않으려 고군분투했으리라.

 

 타관 객지의 서러움을 통해 인생의 쓰디쓴 맛을

체험한 작가의 진실한 인생 경험이 아닐까 

 

                                                                       

 

그이 작품에는 인생의 단면들이

때로는 촌철살인처럼

때론 허위와 가식을 벗어버린 진실이 보인다.

누구에게나 쉽고 편하게 정서가 전달되며

보편적 미의식을 불러 일으킨다.

 

또한 그의 작품에서는 인생의 교훈이

언어의 형식을 벗고 가슴에 진하게 전해진다.

 

동양의 고전을 두루 섭렵한듯

성현들의 글귀들은 깊은 가르침과

젖어드는 감동을 샘솟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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