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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봄을 기다리며 걷다

 

날씨가 많이 풀렸다.

이웃집 할머니는 곰이 겨울잠을 자듯

겨우내 이쩌다 한두번씩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날씨가 풀리면 할머니의 굽은 등으로

방문을 넘나드는 횟수가 조금씩 많아질 것이다.

 

蟄居는 자연에 순응하는 원시적인 삶의 형태다.

소심하고 나약한 도피가 아니라

내면에 귀를 기울이는 구도자의 자세이다.

 

길을 걷는다.

오늘은 산수(북상면 산수리) 방향이다.

냇가에 물의 기세가 세차다.

며칠동안 제법 많은 비가 내리고,

 비는 골짜기에 얼었던 설빙을 녹여서 더욱 물이 불었다.

 

응달진 산의 후미에 잔설이 서정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제재소에 쌓인 낙엽송들이 가지런하다.

차량이 특이하다.

우리가 어릴적에 보았던 GMC 같은데...

저 차가 보기는 촌스러워도 힘이 좋아서

산에 임시로 놓여진 가파른 도로에서

큰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이제 저 건너편 잔설이 녹으면

고로쇠가 나올 것이고

수목들은 기지개를 켜고

굳고, 맺히고 응결된 몸을 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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