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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평범한 일상에서 구하는 삶의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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괭이질을 하다보면 자루가 부러지는 일이 잦다.

어설프게 자루를 끼웠다가는 낭패를 보기 십상이어서

자루와 쇠붙이가 접촉하는 부위가 단단히 고정되어야 한다.

이럴 때 고무를 끼우면  안성맞춤이라는 것을 알게 해준 것은

 노작의 경험에서 얻어지는 프리미엄이다.

 

 

 

길거리에서 버려진 고무 한 토막을 주워서 호주머니에 넣는다.

쓸모없음(不用)이 쓸모있음(可用)으로 변한다.

새 것을 돈으로 사는 것보다 나는 희열을 누린다. 

 

 

 

넝마주이처럼 버려진 물건을 줍는 것을  

비천함으로 여기는 것은 허영이다.

철물점에 가서 자루가 달린 괭이 한자루를  사는 일이

훨씬 더 경제적 효율이라는 일반적인 관점보다는

스스로 작은 가치를 생산한다는

비효율에 내재된 가치를 찾는다.

 

 

허리를 굽혀 사소한 물건을 줍는데서

조선의 양반 체면이란 명분보다

실용적 가치를 우선하는 

겸손한 프래그머티스트가 된다  

 

 

 

 

 물푸레 나무 자루를 구입하는데 2천원이면 되지만 

뒷 산에 가서 노간주 나무를 잘라온다.

나무가 단단하여 자루로 이용된다.

자귀로 가지를 치고 껍질을 벗긴다.

2천원으로는

자귀질의 즐거움과 나무를 잘라오는 수고로움을 얻지 못한다.

 

 

 

 

고무를 접합 부위에 끼우고

자루를 적당하게 자귀질을 해서

자루가 꽊끼게 내리치며

사소함 속에서 온전함을 구한다.

호랑이는 토끼를 잡는데도 온 힘을 다하는 법이다. 

 

 

 

 

유년 시절에

우리는 노작의 경험을 배우고 즐거움을 누렸었다.

얼음지치기 썰매, 딱지, 자치기, 고무총 등은

유년의 놀이를 통해 얻어지는 풍성한 체험들이었다.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라고 했던가?

괭이 자루 한 개를 맞추는 놀이를 나는 즐긴다.

놀이를 상실한 채 의무와 사명감으로만 살아가는

각박한 삶에서 벗아난다.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이지만

과정 하나하나에 전념하고 집중하며

일상선 체험을 한다.

 

 

괭이 자루 하나 끼우는데 해가 몇 뼘이나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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