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단풍을 처음 접한 것은
십여년 전 울진 왕피천에서였다.
한여름, 작열하는 햇빛 아래 그대로 노출된
바위 조그만 틈지기에 초인적 의지로 달라붙어 있던
돌단풍 잎이 화상을 입어 타는듯 했었다.
그 때 받았던 감동으로 돌단풍을 한 줌 캐와서
지금까지 인연을 맺고 있다.
한겨울 살을 에이는 추위와 모진 삭풍을 견디는 모습을 보면
이 땅에서 모진 운명을 묵묵히 받아들이며
시련과 고통을 딛고 승리하는 여인들을 생각하게 한다.
돌단풍은 일반적인 식물과 달라서
뿌리가 없다.
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특수한 형태이리라
극도의 악조건에서 생존하기 위해
온 몸으로 바위를 붙들고
한숨을 토하며 입을 앙다문 채 매달린 것이리라
어젯밤에도 그제도 손전등 하나를 켜고
그 장한 모습을 조명하며
몇몇 분들의 얼굴을 떠올린다.
돌팍 위에서도 살아갈 사람이라고
곧잘 어른들 입에 오르내리던
한 지인의 모습을 저 강인한 꽃대 위에서
영화를 피우는 꽃에서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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