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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잔디밭의 사색

 

 

 

 

4월 초순이 되니 잔디들이 머리를 내밀고 솟구쳐 오른다.


여기 저기서....솟구치는 양기란....


어느 여류 시인은 치밀어 오르는 새 싹의 왕성한 생명력에


'접 붙고 싶다'고 하였던가.


 


우리들은 순도 100%의 잔디밭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산다.


골프장의 완벽한 잔디밭이거나


고급 주택의 정원사가 가꾼 완벽한 잔디밭처럼


 


그러나 잔디밭에는  


미세한 생명의 씨앗들이 종족의 DNA를


더 멀리...   더 많이....


퍼뜨리기 위한 대자연의 이치가 있으니


어찌 순수한 잔디밭으로 내버려둘 것인가?


 


잔디밭에는 민들레며 씀바귀며 클로버며 제비꽃 같은


제 이름을 가진, 제 독특한 매무새와 향기를 가진 꽃들이


당당하게 자리를 잡고 뿌리를 내린다. 




 


 

 

 

그렇다^^^ 자연은 결코 차별하지 않는 법이거늘


회오리 바람을 일으켜 씨앗들이 타고 오르게 하고


따사로운 햇볕을 쪼여 발아를 시키고


생명수로 목을 추겨 뿌리를 내리게 하지 않는가?


 


그런데 어찌하여 그들을 잡초라 하고 가려서 뽑아내는가?


나의 행위는 자연을 거스르는 패악이 아니던가?


어찌하여 자연이 단정하고 깨끗해야 하는지


자연이 인간의 인위적인 패악을 견뎌야 하는 것인가?


 


그래도 자연은 말이 없다.


자연은 무위라는 말을 쓰지도 않았고



자연은 善惡이며, 美醜며, 淸濁이며 貴賤 같은


상호대립적인 말조차 모르는 법이거늘


 

부드러운 흙의 향기를 맡는다.


 대지는 만물을 기르는 어미처럼 포근하고 자애롭다.


대지는 가리거나 차별하지 않으니.....


내가 여기에 머무르는 것도 그 은덕이 아니던가?


그와 마찬가지로 지천에 널린 씀바귀도 그러하거늘......


저 찬란한 태양이 어찌 우리만의 몫이던가!


 


잔디밭에서 이루어지는 사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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