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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곡의 글방

일포 이우원 선생의 동학소리(1)

한시 병풍 한 폭으로 운치를 낸 간이 무대가 차려지고

여러 풍류꾼들이 차례로 무대에 오른다.


 자! 이제는 일포 선생의 동학 소리 <천명>의 차례다.



 


나는 동학쟁이요, 백수 건달이라는 자기 고백이 허심탄회虛心坦懷하다.

서산에 해지면 동산에 달뜨니 건달이 일낼 때가 되었다고

의미심장한 댓귀로 당당하게 선포한다.


독특한 시작 멘트에 몇 안 되는 관중들의 이목이 집중된다.

어찌보면 요새 세상에 웬 동학이며 건달이냐고.....

거들떠보지도 않을 세인들의 야박함을 질타하는 역설의 효과를 노리는 것인가!



온화한 미소와 화평한 기운이 감도는 일포 선생이 격정을 토로하자

순식간에 도도한 기세를 지닌 대장부로 변신하는 것이었다.


 


지극한 기운인 한울님이시여,


지금 이 자리에 임하시어 원컨대 크게 내려 주소서.


이제 한울님을 모시며 조화에 참여하시오.


영원토록 한울님을 모시어 잊지 않으면

천하만사를 꿰뚫어 알 것이오.





 


하늘을 우러러 간절한 기도를 올리는 듯 민초들에게

새 세상의 도래를 알리는 희망의 노래가 우렁차다.


 

120년 전 저잣거리 빈 터에서 백성들에게 무지몽매의 꿈에서 깨라며

죽비로 후려치는 웅혼의 외침으로 다가왔다.


 

 


그는 전문적인 소리꾼이 아니다.

오랜 수련으로 가다듬은 기교 넘치는 소리가 아니라

하늘을 섬기는 동학쟁이의 간절한 소망에서 우러나오는 참 인간의 소리였다.


일포 선생의 심대한 마음에 굳건히 자리잡은

한울님의 육화된 음성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그의 소리에는 백여 년 전 총체적 사회 모순 속에서 핍박받고 고통 받던

민중들의 한숨과 저항 의지가 한으로 삭혀서 나오는 것이었다.

그의 소리는 조선말기의 산하를 흐르는 한줄기의 물길이 내는 도도한 소리였다.


 

동학이라는 도도한 역사의 물줄기의 발원은 수운 최제우 선생이었다.

수운 선생에서 해월 선생, 의암 선생으로 이어지면서

개화기에 우리 역사의 흐름을 바꾸어 놓지 않았던가?


 

게다가 자신을 백척 간두에서 참된 진리의 길로 인도한 분들이 아닌가?

일포 선도사는 하늘에서 울리는 대북 소리에 고무되며 장단을 맞추어 나갔다.

선대 교주들의 환영과 외침이 떠오르며 신명에 가득 차 있었다.


 


(다음에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