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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 안의 벌레 양말을 신으니 발등이 불룩하다 뒤집어 보니 죽은 벌 한 마리가 양말 속에 있다 다시 신으니 이번에는 뒷꿈치가 간질간질하다 벗어서 뒤집어 보니 다른 벌레 한 마리가 산 채로 꿈틀거린다 밖으로 내보내고... 엥^^ 또 있다 모두 네 마리가 있었던 것 죽은 벌레의 사체가 바싹 말라 부서지고..... 벌레들의 오판이 빚은 참상이다 양지 바른 건조대에 널린 툭툭한 검정 양말 속에서 몸을 덥히며 안락한 잠에 들었다가 이 꼴을 당한 것이다 양말은 결과적으로 벌레들의 함정이었던 것 푹신하고 따뜻한 보금자리를 찾은 벌레가 애잔하다 더보기
광화문 현판을 올려다보며 광화문 입구에서 현판을 한참 올려다 본다 경복궁의 남쪽 정문에 처음 걸었던 사정문을 광화문으로 교체한 것이다 수 많은 백성들과 조정의 신하들이 이 문을 호칭하거나 넘나들 때마다 의식적이거나 무의식적으로 전해지는 하나의 메시지라는 생각을 한다 요즘이야 메시지가 범람하는 시대지만 당시에는 백성들에게 전할 수 있는 의시소통 수단이 별로 없었다 새 왕조를 세워 그 필연성과 당위성을 내세울만한 통치 이데올르기를 어떻게 만백성들에게 알릴 것인가? 매스미디오도 첨단 통신수단도 없을 뿐 아니라 한글도 창제되기 이전이 아니던가? 이러한 제반 환경을 유추해 볼 때 광화문이라는 이름은 아주 간결하고 상징적이며 미적 가치를 지닌 이 건축물의 이름은 매우 중대한 의미로 다가온다 조선 왕가인 경복궁의 정문으로 6백년 이상 인구에.. 더보기
나무는 가지 끝부터 마르는데 동남향 격자창 앞에 서 있는 단풍나무 잎사귀에 주황으로 단풍이 들었다 안방 의자에 앉으면 시선을 독차지하는 나무라 올해 단풍색이 유난히 곱다 단풍 잎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시한부로 낙엽이 될 것이다 작년에는 잎에 든 주황색이 선명하지 않고 말라서 오그라들었는데 올해는 가지 끝에만 마른 채 선명한 색깔을 유지하고 있다 가지 끝부터 마르는구나 마음이 한가한 내 눈이 포착한 장면이다 고개를 끄덕이며 가지 끝은 변방이라는 생각에 이른다 나무라는 유기체에도 중앙과 변방이 있구나 중심부와 거리가 먼 말단 조직부터 수분과 양분이 제한을 받는구나 겨울을 날기 위해 나무는 가혹한 시련을 겪는다 제 분신인 잎들을 모두 버리는 혹독한 희생을 치르며 거듭 남을 준비한다 그런 과정에서 유기체 내부에서도 앞서서 희생을 하는 말단의.. 더보기
생환 광부를 보며 광산의 막장에서 흙더미가 무너져 일체 외부와 고립된 채 열흘을 버티다가 극적으로 구조된 광부가 생환한다 핼러윈데이 참사로 꽃다운 젊은이들이 많이 압사하는 불행으로 온 국민들이.상심하던 때에 큰 위안이 된다 그러나 이 위안은 또 아픔으로 변한다 그런 악조건에서도 살아남았는데 졸지에 생명을 잃은 젊은이들로 인해 비수에 찔린 것 같은 고통과 슬픔에 빠진다 참으로 알 수 없는 묘한 운명이랄까 불확실성의 시대랄까 생과 사의 경계가 어디인지 아리송하다 거의 죽음에 이를만한 지경에서도 초인적인 의지와 기적적인 구호로 생환을 하는가 하면 축제의 현장에서 인파가 몰려 압사하는 사고는 너무 돌발적이라 예측하기조차 하지 못했던가 이레서 인명은 하늘에 달려있다는 것인가! 더보기
청와대 관람 청와대를 구경한다 도성을 순성하면서 산에서 조감하다가 마지막 코스로 청와대에 입장을 하니 제대로 관람한 셈이다 일반인들에게 개방되리라고는 몇 해 전에만 해도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는데 이곳에서 자유롭게 관람하게 되었으니 감동적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로 나라가 한 바탕 홍역을 치른 결과다 대통령실 이전 문제로 정치 진영 간에 치열한 논쟁과 다툼으로 혼란스러웠는데 어쨌던 국민들에게 개방되었으니 환영할만한 일이다 대통령이라는 최고 권력자가 머물며 청와대 권력의 현장을 보며 많은 생각들이 스쳐간다 보안상의 이유로 청와대가 구중 궁궐이라는 곱지 않은 이미지로 국민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잘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이전의 근거로 작용했을 것이다 이 사건을 후세에서는 어떻게 평가할까? 청와대는 한국적인 건축미와 잘 가.. 더보기
만추의 국화 친구의 집에 핀 국화 화원이다 남쪽으로 난 창문 아래 꽃밭을 만들어 놓고 이 계절의 흥취를 누린다 마당을 시멘트로 덮었어도 이런 꽃밭을 만든 주인은 정감있는 품성을 가졌음이 틀림없다 넓지 않은 공간에 심고 싶은 화목류가 수없이 많을텐데 유일하게 선택받은 국화라 저 향기가 더욱 주인을 기쁘게 하리라 서리가 몇번이나 내렸는지 사방으로 제 영역 확장하던 찱덩굴마저도 기세가 폭삭 꺾인 채 겨울에 대비하는데 국화는 저리도 꿋꿋이 제 고운 자태를 잃지 않고 만개하다니 놀랍고 장한 일이로구나 저런 기개외 아름다움을 알아본 시인묵객들이 군자로 칭하며 높은 절개를 찬양하니 그 또한 멋스럽구나 더보기
걸리기만 해봐라 감을 딴다 감을 따는 수공구도 진화를 한다 예전에는 대나무 장대 끝을 벌려서 그 틈새로 가지를 넣고 꺾어서 땄었는데 요즘은 접이형 알미늄 장대 끝에 철사로 W자 모양을 한 주머니가 보급되어 인기가 있다 과수원에서 전지한 감나무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자란 감나무는 수고가 꽤 높아 따기가 수월하지 않다 사다리를 걸치고 장대 길이를 최대한으로 늘려도 장대 끝이 닿을락말락한 경우가 좀 많은게 아니다 감을 따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사다리 위에 선 불안정한 자세로 머리 위 목표물을 향하는 뒤로 젖힌 목의 통증과 장대 끝 주머니의 무게로 인한 팔의 통증을...... 그러나 감을 따는 과정을 상세히 살펴보면 경험자들도 간과하는 부분도 있다 W자 걸이에 감이나 가지가 수월하게 걸려들지 않는다 감이 가지 뒤나 .. 더보기
관솔 주병에 관솔향 품으려 솔바람 잡아듀고 세월의 소용돌이 온몸으로 견디었네 울진의 지인 목공방에서 관솔 한 점으로 주병을 만들어 주었는데 옥내에서 보관하다가 글 한 편을 새겨 넣어 옥외로 내놓았다 일부 글씨가 사라졌지만........ 관솔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한 번 들오보라고 권한다 대부분 생각보다 엄청나게 무겁다고 한다 나무는 원레 물과 상극이라 썩기 쉽지만 관솔은 천연 방부제를 많아 함유하고 있어 비를 맞아도 잘 상하지 않는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