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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니에 낙엽은 쌓이는데 나무가 비어간다 마로니에 가지에 매달았던 잎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내려 바닥에 수북히 쌓인다 마로니에 잎은 낙엽이 되어도 잎맥이 선명하고 곱구나 아직은 색을 잃지 않고 오그라들었구나 차츰 더 마르고 가벼워지며 바람이 이리저리 휘몰아치며 부서지겠지 나무에 달린 잎은 이제 몇 잎 남지 않았지만 길어봐야 며칠 내에 낙엽이 될 것이다 나뭇가지 사이가.비니 창공이 그 자리를 채우며 푸르러진다 유심히 보니 가지마다 작은 생채기 같은 움이 있다 나무의 요정들이 저 움막에 모여서 활동을 중단하며 다가올 겨울을 버텨낼 준비를 하겠지 지난 여름의 영화를 추억하며 치열해진 숨을 고르며 동면에 들겠지 더보기
소나무의 이주 소나무 한 그루가 이주를 한다 산자락 끝, 이 바닥에서 왕초 노릇을 하며 가솔들을 거느린 족장이다 우람한 덩치를 탐낸 사람들에 의한 강제 이주다 햇빛이 잘 드는 광장에서 호사를 누린다며 꼬드기는 사람들이지만 정작 소나무는 수심이 가득한 여러 날이 지나고 대형 크레인이 팔뚝에 검붉은 힘줄을 불끈 거리며 힘을 쓰는 굉음이 요란하다 오랜 세월을 이 산자락 끝에 정착하느라 지하로 넓게 개척한 뿌리들이 잘리며 새 정착을 위한 희생을 받아들이라고 위로한다 생존할 수 있을만큼만 남겨진 뿌리가 흙을 감싼 채 사방으로 동그랗게 천으로 감싸고 있다 제 스스로 한 걸음도 뗄 수 없는 붙박이들은 한 번 뿌리내린 곳이 제 무덤이라며 이주라는 말은 들어본 작이 없단다 아직 누구에게도, 심지어 제 몸의 상반신에게도 가려졌던 하반신.. 더보기
인왕산에서 금싸라기 땅 위에 즐비한 발딩 숲을 눈 아래로 굽어보며 배짱 한 번 키워보라고 아빠 머리 위에 오른 아이처럼 인왕산 바위 정수리에서 호기 한 번 부린다 더보기
핼로윈데이의 참사를 안타까워하며 어떻게 이런 일이.... 재미있는 구경을 갔다가 참변을 당한 비보를 접한다 애꿎은 젊은 목숨들이 비명에 지고 말았으니 통탄할 일이다 아아 무슨 말이 위로가 되랴 축제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거대 인파의 가공할 위력은 예측불가성에 있다 축제 그 자체가 일상성이나 평상성을 초월한 특별하고 의외적인 것을 추구하는 모험적인 성격이 있다 더욱이 핼러윈데이는 유령 분장을 하고 기괴한 가면과 의상을 하며 불길한 영혼을 내쫒는 전통이 있어서무언가 불안과 공포에 관련된다 현대인의 의식 저변에 깔린 불안과 공포를 이런 축재로 반전 시킨 미국인들의 상상력과 도전성에 놀란다 이 축제는 도전과 상상과 모험을 즐기는 젊은이들의 구미에 당기는 일이다 젊은이들의 들끓는 열정에다가 SNS에 민감한 감수성, 코로나로 억눌린 욕구들이 인피의.. 더보기
삽작문 앞에서 삽작문 앞에 의자를 놓고 앉는다 누가 올 것 같지도 않지만 큰 길 방향을 향하는 걸 보면 마음 깊은 곳에 기다림이나 그리움이 있기 때문이리라 이 계절은 무언가 채워지지 않는 쓸쓸함과허전함이 엄습해 온다 천기에 대한 예감에서 비롯된 것일게다 성장하고 채우고 활동하는 삶의 에로스가 식어가고 그 역방향으로 전환해 간다 멈추고 비우고 줄이며 내면적인 안정과 사유와 성찰로 전환하라는 대자연의 섭리라 해석한다 낙엽이 후두둑 떨어지며 비어가는 수목을 바라보면서 다가오는 서정 탓인가 보다 발라드 몇 곡이 더욱 나를 감상적으로 만든다 가을은 풍요로운 수확을 하지만 이 시절이 지나면 상실과 결별의 시절이기도 하다 태양이 멀어지며 생산의 동력이 차갑게 식어가기 때문이리라 들판은 모두 내어준 후 텅 비고 수목들은 식솔 같은 .. 더보기
뜰을 손질하며 뜰을 손질한다 생명력이 분출하여 왕성한 성장이 이루어지는 자연상태는 인위적 정돈이나 질서 상태가 아니라 혼란스럽고 어수선해질 수 밖에 없다 대자연을 관통하는 기본 원리인 도는 특정한 대상을 선호하여 간택하지 않는다 모든 식물들의 생존 욕구를 모두 포용하기에 선택적 시혜를 배풀지 않으며 선택적 징벌 역시 하지 않는다 빈 땅만 있으면 사람들이 잡초로 여기는 것들까지도 왕성한 번식과 생장을 한다 덩굴이 인접한 나뭇가지를 휘감기도 하고 나뭇가지들이 엉키기도 하고 허약한 나무나일부 가지들이 말라서 도태되기도 한다 또한 화목류들이 살아남기 위해 수종간에 치열한 경쟁으로 전장을 방불케 한다 뜰을 아름답게 가꾸는 사람들은 자신의 미의식에 따라 수종을 선택하고 관리한다 그 과정에서 자연상태에 인공의 미를 가미한다 개나리.. 더보기
쑥부쟁이 만발한 뜰에서 가을은 누가 뭐래도 국화의 계절이다 쑥부쟁이가 가을의 뜰에서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뒷쪽에 병풍처럼 가린 바위의 품에 안긴듯 포근하다 자줏빛을 띤 작은 꽃들이 무수히 피어 이 가을의 정취를 보여준다 손바닥만한 땅이지만 여러 종들이 경쟁을 하다가 현재 주인이 되어 있다 그러고도 어느 한 구석, 승자의 교만함이라곤 없이 의연하기만 하다 언제인가 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때를 알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그 투쟁력과 끈기는 제 종의 번식을 위한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더보기
비질을 하며 손님이 온다는 소식에 뜰을 쓴다 뜰에 낙하한 앞들이 말라서 비질에 부서지며 바스락거린다 근일에 낙하한 감나무 잎은 아직 무늬가 선명하고 홍조를 가득히 띠고 있는 게 지난 여름의 추억을 간직한듯 하다 손님맞이에 집안팎을 청소하는 일이야말로 손남에 대한 예우이자 스스로 기쁨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반갑고 기쁜 마음을 행위로 표출하는 정신과 형식이 조화된 예다 요즘 통신망들이 발달해 대화는 잦지만 직접 대면하여 대화하고 음식을 함께 먹으며 서로의 정을 나누는 일이 소중함은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절집 마당이나 입구 길을 걸을 때.정갈하게 비질이 되어있으면 마음에 작은 울림이 있다 마음으로 전해지는 정성된 마음인데 그 것은 궁극적으로는 자비와 연결되는 것이다 빗자루질 대신에 송풍기로 불어내면 어떨까 생각을 하기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