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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어떤 모임에 불참을 알리는 일이 쉽지 않다 혹시 오해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사유를 일일이 밝히기도 쉽지 않다 단순한 일이 아니라 복합적인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그런 까닭으로 내심을 표현하지 않고 드라이하게 참석이 어렵다고만 알려준다 이를 궁금히 여긴 이가 전화를 해서 혹시나 무슨 신변에 변화가 있나 싶어 확인을 한다 "잘 지내고 있다"며 얼버무리자 혹시 도를 닦느냐고 반문 하길래 "그래 맞아" 하며 미궁 속으로 밀어넣는다 침묵의 대화라고나 할까? 굳이 속내를 비춘다면 거리두기를 하고 싶어서다 잦은 오프라인 만남이 늘상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반가움은 잠깐이고 즐거움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즐거워야 할 대화는 술이 몇 잔 들어가면 왁자지끌해지고 목소리 큰 이가 독점하고 수다판으로 변질된다 귀 기울.. 더보기
산림조합 묘목시장에서 거창읍 산림조합 묘목시장이 부산하다 많은 종류의 묘목들이 봄의 기운을 한가득 안고 분양을 기다리고 있다 공작단풍 한 그루는 목수 친구의 신축 가옥에 선물한다 밑둥이 손목만하고 수고는 190cm 되는 나무인데 새 집에 잘 어울릴 것 같다 내 밭에 심을 체리나무 두 그루(라핀, 타이톤)와 엄나무 세 그루도 구입한다 오늘은 뒤쪽 울타리목으로 심을 에메랄드 골드 30그루가 도착할 것이다 나무는 희망과 미래를 심는 것이다 더보기
고송 한 그루 고송 한 그루, 명품이라며 모든 걸 돈으로 환산하는 상업적 가치매김으로 12억이라던 나무라 사람들은 눈을 번쩍 뜨며 관심을 기울인다 가만히 보니 몸통이 열 번 이상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무슨 연유로 저렇게 굴곡져 있을까? 분재용으로 철사를 걸어 만든 것이라면 오랜 시간이 걸려도 가능한 일이겠지만 자연적으로 저런 모양이 되기는 어렵다 태풍이 아무리 휘몰아쳐도 뿌리가 뽑힐지언정, 가지가 부러질지언정 몸통을 돌릴 수 없는 것이 상식이다 모든 나무들은 하늘과 가장 친밀하고 가장 가까이 다가가고 싶어한다 볕을 받아 자양분을 만들기 위해 팔을 뻩친다 그래서 나무들은 직립하며 위로 자란다 위로 향하는 기세가 가장 강하고 그것은 생명의 권력 의지가 된다 구부러진 것은 뿌리가 제대로 발을 뻗을 수 없거나 대개는 곁가지일.. 더보기
푸바오의 귀환 판다 곰은 팔자도 좋다 빈둥빈둥 놀고 먹어도 사람이 기꺼이 몸종이 되고 천진난만한 외모에 아기 같은 순후함으로 사람과 동물의 벽을 허문다 사람들이 배알하러 줄을 서고 나라의 사절이 되어 파견되니 세계 평화의 전도사가 된다 푸바오라는 이름으로 우리와 연정을 맺고 제 고향으로 귀환하는 속 깊은 사연이 있구나 그래그래 하도 귀하신 몸이라 제 짝을 맺기 위한 것이로구나 먼 나라의 배우자를 만나 평생해로 하기를 굿바이 푸바오! 더보기
죽림일우 죽림칠현의 고사가 있다는데 우리 집 뒤에도 죽림이 무성하지만 나는 감히 현자의 발뒷꿈치에도 들지 못하니 '그래^ 죽림일우(竹林一愚)라고 하자 껄껄' 옛날에는 초야에서 은거하기가 용이했지만 요즘은 엄밀한 의미로 초야가 있을 수 없다 칠현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전파라던가 SNS 같은 기이한 것들이 대나무 가지 사이로 파고드니 말이다 죽림칠현을 현실도피자라고도 하지만 꼭 그렇게 생각할만한 일은 아니다 항거하기 어려운 현실에 적절히 거리를 두면서 신변을 보호하며 양심의 자유를 지키는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흔히 '행동하는 양심'을 주장하며 현실 정치에 참여를 종용하는 논리도 있지만 그것은 권장 수준인 것이다 말과 행동으로 반대를 하지 않아도 침묵의 저항이 있을 수 있으며 직접적인 정치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 더보기
105주년 삼일절 기념식을 보며 3.1절 기념식을 보며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는다 예전에는 이런 기념일에 국기를 게양하고 기념식에 참석하라고 학생들에게 종용을 겸한 당부를 하던 기억이 난다 억지로 참가 시키는 기념식, 묵념하고 노래 부르고 고리타분한 훈화가 반복되는 형식적 의례와 뻔한 내용으로 고역을 치루었던 경험은 나만이 그것이 아닐 것이다 우연히 채널을 돌리니 기념식이 생방송 된다 예전의 기념식 분위기라면 벌써 채널을 바꾸었을 것이지만 엄숙하면서도 감동이 묻어나오는 장면들에 집중하며 가슴에는 감동이 때론 눈물이 배어나오기도 한다 유관순 기념관에서 거행된 이 행사는 행정기관과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에 의해서 기획되고 상당한 기간동안 예행 연습을 했을 것이다 기념식이라기보다는 3.1절을 테마로 한 복합 공연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드라마.. 더보기
산괴불주머니 봄이 되어 야외로 나가면 곳곳에서 눈에 띄는 야생초 산괴불주머니! 사람들의 눈을 끄는 매력이 없이 아무데서나 흔하디흔한 야생화다 그래서인지 한. 번도 화분에 담아 본 적이 없다 그러나 어디서나 잘 뿌리 내리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마주할 때마다 기운을 받는듯 하다 산괴불주머니를 대할 때마다 사람들의 간택하는 마음을 반성하게 된다 꽃이 귀하다거나, 특별히 예쁘거나, 왠지 마음에 끌린다고 차별하고 서열화하는 편협함을 돌아보게 된다 야생초의 겉모습만을 보고 판단하는 경박함을 경계하라고 산괴불주머니가 나를 가르친다 더보기
생강나무 움이 부풀고 생강나무 움이 한껏 부풀어있다 북풍한설에 움막 속에서 가느다란 숨으로 좌정하며 때를 기다리더니 ...... 이제 내가 더욱 기다릴 것이다 개막을 하며 노오란 머리를 내미는 날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