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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

간결한 대화 기억력이 좋은 사람들이 범하기 쉬운 것 중의 하나가 장광설이다 그들은 연신 말에다 사족을 붙인다 대화는 마주하는 타자와의 언어 소통이다 간결한 말로 상대를 배려하라 더보기
아름다운 동행 사람과 소의 이상적인 관계는 어떠해야 할까를 생각해 본다 어느 일방의 이득이 아니라 쌍방의 이득을 최대화할 수 있는 조화로운 접점이 있을 것이다 그런 의문에 대한 하나의 대안적 사례를 이 풍경에서 본다 전근대적 농경사회에서 농경을 보조하며 자비에 바탕을 둔 한 식구처럼 여기는 전통이었다 소가 지닌 본래적 기질이나 습성 등을 제한하지 않거나 최소화하면서 인간생활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물리적 힘을 차용했다 그리고 생산력이 미약했던 사회에서 소의 번식과 비육은 가정 경제에 중대한 수입원이기에 실생활에 유익함을 추구하는 실용주의가 그 바탕에 있다 이런 자비와 유용함을 제공하는 소를 대하는 마음과 태도 또한 지극한 정성이었다 집 한 켠을 내주어 기거하게 하고 여물을 준비해 쇠죽을 끓여 먹였다 사료라는 대량 .. 더보기
호미의 인기 호미가 인기란다 농구로서 단순하기 이를데 없는 전통 호미가 아마존에서 전 세계인들에게 인기리에 팔린다니 놀랍다 이 첨단 산업사회에 호미가 끈끈한 생명력으로 제 가치를 발휘한다니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지 않은가? 호미는 손의 연장이다 팔끝에 쇠붙이 손 하나를 덧붙인 지극히 단조로운 도구다 콕 찍을 수 있게 아랫쪽이 뾰죽한 호미와 긁을 수 있게 한 아래가 한 일자 형으로 생긴 형태가 있는데 삼각형의 미학이랄까 효용이랄까 지극한 단순함만으로도 노동의 기쁨을 물씬 체험케 하는 농구임을 온 세계인들이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호미를 만들어 납품을 하는 곳이 대장간이고 대장쟁이들도 쇠를 다룬지 오십년이 넘은 베테랑 영감님들이라 전통의 위력이 요새도 발휘되니 놀랍기 그지 없다 손바닥 크기의 폐자동차 스프링을 1500도의.. 더보기
천렵의 원시 체험 이 한 겨울에 족대를 들고 천렵을 즐기는 사람들 울퉁불퉁한 물바닥은 미끄러우니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네 뜬 돌이나 박힌 돌에는 물고기가 없다네 쇠지렛대로 움직일 수 있는 납작한 돌이 좋은 것이라네 이 돌, 저 돌로 옮겨지는 시선에는 원시적 예감이 꿈틀거린다 공략 목표가 정해지면 퇴로를 삐잉 둘러싼 지점에 족대를 대고 바위를 흔들어댄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람! 졸지에 변고를 당하는 고기들에게 미안하다만 이 소박한 놀이를 위해 역전의 용사들이 수백릿 길 반변천을 오지 않았느냐 더보기
백수봉 농장 풍경 옛 동료 교원의 세컨 하우스겸 농막은 닭들의 천국이다 닭장을 열어놓아 닭들이 떼를 지어 산책을 하는 건지 먹이활동을 하는 건지 자유스럽게 활보를 한다 닭들은 날갯쭉지들이 윤기가 흐르고 발걸음이 활기가 넘친다 애처들을 많이거느린 수탉 한 마리의 검붉은 벼슬은 도도하고 훈장처럼 빛난다 사람 가까이 접근하는 걸 보아도 평소에 주인과 얼마나 친밀한 관계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고양이 몇 마리와도 조금의 적대감 없이 가까이서 지내고 있어 동물들의 낙원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 싶다 약간 한가지 아쉬운 것은 개의 목줄이 채워져 있다는 것인데...... 아직은 미완성이라 다음에는 더 나은 상태로 변화해 갈 것이다 닭들이 노는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대견스러운 미소가 폭소로 변하기도 한다 무리 중에 서열이 낮.. 더보기
강정모리에서 거창의 명승인 수승대를 지나자마자 고향인 북상면 초입을 현지인들은 강정모리(강정모티)라고 한다 강가에 고색창연한 정자(용암정) 하나가 있는 모퉁이라는 뜻인데 물길이 급회전하며 계곡의 절경을 빚어낸다 도로로만 다니다 보면 절경의 포인트에 시선이 닿지 않는다 물의 흐름에 눈높이를 맞추어야 물살이 빚은 바위의 부드러운 곡선미를 감상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이곳에서 수영을 즐기거나 강변 산책을 한다 더보기
욕망의 흐름 가만히 앉아서 아무리 마음을 가다듬어도 헛일이다 딴에는 명상이라며 폼을 잡아도 끊임없이 들끓어 오르는 욕망의 덩어리 내 마음에는 늘 욕망의 마그마가 끓어오른다 욕망은 흐름이다 물처럼 유연하고 바람처럼 가벼우며 변덕쟁이 심보처럼 변신한다 그들은 조용히 타협하기보다는 서로 제 잘난 척하며 우기고 다투는데 힘을 쏟는다 체면이니 도덕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무례하고도 반항적인기세들이다 둘이 다투는 양극의 앙숙이라기보다는 제 욕심만을 내세우는 다수의 무리들이다 무리는 초미세 개체들이 결합하고 소멸하며 이동하고 변신하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떼거리들의 집단이다 일정한 방향성 없이 산발적으로 움직이는 충동들이다 욕망이 일정한 곳으로 집중되는 흐름은 농경민의 정착성에 가까울 것이고 욕망이 여러 곳으로 흩어지는 흐름은 유.. 더보기
정월 초하룻날에 나물 캐는 사람들 친구들과 함께 정월 초하룻날에 나물을 채취하러 간다 사람들은 나물을 캐는 일이 소녀나 여인들의 일이라고 여기지만 그런 낡은 생각을 콧방귀로 날려보내는 이들은 동심을 즐기는 소년소녀들이다 함께 모여 신년맞이 모임을 하던 중에 옛 추억들이 쏟아져 나오고 누군가의 나물캐러 가자는 제의가 나온 것이다 일부는 시큰둥하여 야외 활동에 불참하지만 이런 신선한 욕망들의 행동화를 적극 지지하는 네 사람이 나선 것이다. 어디 보자! 어디로 가야하지? 이 고향 골짝의 전답들은 눈 감고도 훤한 친구가 앞서고 칼을 든 소녀와 호미와 바구니를 든 소년이 나선다 재잘거림과 가벼운 흥분이 뒤따른다 올해 땅을 뒤엎지 않은 묵은 밭에 가야 여러 나물이 있다는 것을 경험으로 잘 안다 한 친구는 예전의 추억들을 소환하는 밥수건쟁이(뽀리뱅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