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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

으아리 은하계 뜰에 많은 종류의 화목들이 자라고 있다 그 각각이 고유하고 독특한 점들을 가지고 있어 차별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맘 때 내 감성을 자극하는 꽃이 작은으아리다 낱낱의 꽃들이 화려하고 아름다워서가 아니다 작고 하얀 꽃에다 단순하다 그런데 한 달여만에 이들이 이루는 덤불이 마치 자치구라 불릴 정도로 확장세가 경이로워서다 겨울에는 있는듯 없는듯 하다가 4월에 연둣빛 순이 쑤욱 정수리를 내밀며 여기저기 몇군데서 솟아오르더니 연약해 보이는 가지에 많은 마디들마다 섬세한 촉수로 영역을 확장하며 세를 불리는 것이 경탄스럽다 매일 많이 다니는 입구에 내 눈길을 끌며 기쁨으로 이끄는 으아리 덤불에서 앙증스런 하얀 꽃들이 무수히 피어나온다 오늘 덤불에 이름 하나를 지어준다 으아리 은하계! 하얀 별이 반짝인다 더보기
벼룩과 점핑 로봇 가장 높이 뛰는 동물은 벼룩이라고 알려져 있다 3mm 길이의 몸으로 높이뛰기는18cm를 멀리뛰기는 33cm 기록을 가지다고 한다 몸 길이의 비율로 보면 60배와 110배다 키가 170cm인 사람이라면 10미터를 점프하고 190m를 멀리뛴다는 얘기니 믿어지지 않는다 나는 어려서 공상을 많이 했는데 새처럼 비상을 하는 꿈을 오랫동안 수없이 꾸었다 강력한 스프링을 장착한 신발을 신고 축지법을 썼다 이후에는 더욱 업그레이드되어서 양팔을 날개로 사용하며 세상을 훨훨 날아다녔다 사람들의 머리를 내려다 보며 선망을 받고 절벽 아래로 날며 초인의 비상 능력으로 무의식적 욕망을 충족하었다 나의 이런 허무맹랑한 꿈도 전혀 공상만은 아닌 것 같다 영화에서는 슈퍼맨들이 영웅으로 등장하고 있고 첨단 과학기술로 탄생한 로봇이 점.. 더보기
작약 - 뜰의 영화 오월의 기운이 무르익어가는 뜰의 앞쪽 한 켠에 내 시선을 확 끄는 꽃이 피고있다 작약! 분홍 꽃받침이 가장자리를 장식하고 안쪽에는 하얀 꽃잎들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복주머니처럼 풍성하고 현란한 꽃이 이 뜰을 영화롭게 만든다 화려한 비단옷을 입은 절세 가인이 여기에 오셨구나 유혹의 눈길을 보내며 나를 새 희망으로 가슴 설레게 하는구나 작약은 뭇꽃들의 부러움과 질시를 받지만 우쭐대지 않으며 때가 되면 그 풍성한 잎을 떨구고 찬란한 색을 허물지 그 옆에 있는 미스김라일락도 무늬둥글레도 삼색조팝도 그 화려함을 부러운듯 바라보고 있다 언뜻 연상되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예전에 마을의 축제인 풍물패들의 고깔에 이런 꽃이 피었겠구나 온갖 세파의 시름을 잊고 즐거움을 누려보자며 신명을 돋우는 풍물패들의 모자가 되었던 꽃이.. 더보기
쪽파씨를 갈무리하며 쪽파씨를 갈무리한다 한 달 전에 꽃대가 올라오고 잎줄기가 비실비실 마르며 쓰러지는 때에 캔 쪽파씨를 그늘에 말려두었다가 이제 손질한다 지난 해에 늦여름에 친구가 가져다 준 쪽파씨를 심고 가꾸어 틈틈이 뽑아먹었는데 쪽파의 세대 교체 시기가 된 것이다 가위로 마른 줄기를 자르며 바싹 마른 실뿌리를 만져보며 풍성한 사유에 잠긴다 시장에서 사고 파는 문제가 아니라 더 높은 생산성의 문제가 아니라 단순한 음식의 재료로 사유하는 것이 아니다 세대교체라는 막중한 대업의 과정을 음미하고 깨닫는 것이다 여러 해동안 밭에 파를 심었지만 이번처럼 파의 번식에 대해 깊이 생각해 적이 없었다 5월이 되니 잎줄기가가 마르고 쓰러지고 꽃대가 올라오는 이런 과정들이 파씨에 내재된 프로그램인 것이다 그 시기와 온도는 지역별로 다를 수.. 더보기
외종 누님의 방문 오신다는 연락도 없이 김해 외종 누님이 방문을 하신다 함께 오신 분들은 누님의 시누이 부부다 누님은 서른을 조금 넘겼을 나이에 홀로 되어 궁색한 살림에도 삼남매를 키우고 잘 살게 독립을 시킨 억척 여성이다 뿐만 아니라 그런 처지에서도 시댁 맏며느리로서 시부모를 봉양하며 남들의 귀감이 되는 삶을 사신 분이다 그러니 시누이 부부가 모시고 다니며 여행을 함께 하신다니 자랑스럽다 그러나 70대 중반인데 무릎이 성하지 못해 보행을 힘들어 하니 여행의 호강도 일상생활도 쉽지가 않다 누님이 처한 험난한 인생을 공감할만한 나이가 되니 누님이 마치 보살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렇게 고통스런 삶과 가족 부양의 십자가를 지고도 불평은 커녕 말없이 감내하며 현실을 조금씩 개선하며 희망을 일구는 모습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 더보기
함박꽃이 피고 지고 함박꽃(산목련)이 개화한다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을 찬미찬송하는 꽃 중에서 정장을 갖춘 미의 사절이고 할까 그러나 영화나 영광은 다 누릴 때가 있는 법이려니...... 이미 져서 누렇게 퇴색된 것과 아직 몽우리로 돌돌 뭉쳐있는 꽃도 있다 꽃이 진다고 아쉬워하지 않으며 갓 피어난다고 으쓱거리지 않으며 순리에 순응하는 꽃을 보고 배운다 함박꽃이 피는 때가 한 나무 안에서도 조금씩 차이가 있다 함박꽃은 완전한 정장으로 갈아입은 신사와 숙녀의 느낌이 난다 간편하게 옷을 걸치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법식에 맞게 차려입은 중후한 느낌이 난다 사람들은 한창 핀 꽃에만 카메라를 집중 시키지만 나는 개화의 시초부터 낙화까지 전 과정을 사유한다 피어있는 꽃만이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꽃은 지기 때문에 아름답다 더보기
친구의 당호를 새김 초등 동기인 친구의 집에 걸 현판을 완성한다 팔기당인데 칠전팔기에서 인용한 당호다 친구는 안타깝게도 한 쪽 다리를 절단한 장애인이다 가난하고 몸이 성치 못한데도 성공을 위해 쏟은 노력은 상상을 넘어설 정도다 친구는 음식 가공 사업으로 크게 성공했다 그 친구가 한옥을 신축한다고 하여 내가 당호를 만들어 선물을 한다 이 현판에 친구의 인생이 함축되어 있다 (호두나무 75cm×35×6.5) 더보기
찔레꽃이 피어나고 우리 집 담 너머 황무지에 찔레꽃이 일가를 이루더니 꽃을 피운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니 나에게 말을 건넨다 아저씨 이 땅 주인이세요? 아니, 주인은 멀리 계시단다 여기에 언제나 오신대요? 당분간은 오시지 않을 것 같구나 안심하렴 살았다 실은 땅 주인이 오면 우리는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니까요 찔레는 사람들에게 박대를 받는다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게 온 몸을 가시로 무장하고 있는데다 큰 덤불로 일대를 점령해 버리니 혐오 수종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 찔레꽃에 대한 새로운 인식으로 조금씩이나마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있다 척박하고 외진 곳에서 억척스레 살아가는 강인한 생명력이 사람들의 공감을 얻기 때문이다 나도 지난 겨울에 근처에서 손목만한 크기의 찔레 나무를 큰 화분에 옮겨 심었다 찔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