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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

용유담 초행길 용유담 물이 잉크색이다 저 먼 산의 온갖 수목들이 녹아내려 사방 팔방의 지류가 흘러들어 흐르는 계곡 바닥을 흐르면서 용유담에 고이자 하늘의 푸른 빛이 잠겨 이 빛깔이 되었구나 이 협곡에도 넓고 깊은 소가 있다니...... 이는 천지신명의 신통력으로 만든 조화가 아니던가 초행길에 다리 위에서 윗쪽과 아랫쪽을 번갈아 내려다 보며 호쾌한 눈맛을 탄성으로 쏟아낸다 거대한 지리산이 품은 소의 신비한 경관을 시인묵객들이 어찌 무심히 지나치겠는가! 이 로맨티스트들이 마음의 문을 열고 감성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탄성이 싯귀가 되고 음주가무로 흥이 익어가며 전설이 생겼으니 용유담이라 그려그려 무릎을 탁 치며 선인들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구나 사람의 감성과 힘으로 만들어낼 수 없는 비경이 곳곳에 있으니 이에 공명하여 전.. 더보기
와룡대 와룡대에서 캠핑을 하며 와룡대의 자연적 형상을 바위에 올라서거나 빙 둘러서 걷거나 높은 곳에서 조감하며 관찰을 한다 바위는 유구한 시간의 흐름 속에서 햇볕에 부르트고 갈라지며 바위답게 존재하고 있다 사람들이 측정하는 사간의 단위를 초월한 바위가 새 생명을 받아들이며 묵묵하고 초연하다 이마에 검버섯 같은 이끼가 다닥다닥 붙어있고 잔주름 사이로 비바람 넘나들며 마를대로 마른다 틈새를 파고드는 소나무 뿌리를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고 끌어안기까지 참으로 허구한 날들이 지났으리라 하천 가운데에 있는 거대한 바위에게 부여한 최상의 존칭인 와룡대다 돌덩어리 한 개를 무심한 사물로 보지 않고 의미를 부여하며 인구에 회자 시키는 선인들의 낭만과 상징의 미의식이 투사된다 거대한 바위 하나가 용으로 변신하는데 선인들의 풍류.. 더보기
와룡대 캠핑 친구들과 함양의 와룡대에서 2박3일의 캠핑을 한다 와룡대 솔 숲에 텐트를 치고 냇가에서 다슬기도 잡고 밤에는 낚시를 하며 재미있게 보낸다 계곡에서 얻은 것들을 주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 세상에 이리도 신선한 재료가 있다니.......잠시 전까지만 해도 생물이던 다슬기,빠가사리,산메기,호박잎들이 상위에 오른다 이렇게 풍광이 좋은 곳이 있다니......감탄을 하며 풍류를 즐긴다 역시 함양의 동천은 명불허전이 아닌가! 친구들과 나들이를 나와서 함께 하는 공동체험은 예전의 회차를 연상케 한다 우리의 추억 속에 선명한 회차(모꼬지의 비 표준어)는 놀이나 잔치로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말한다 농경사회에서 노동과 가혹한 여건 속에서도 이 날만을 마을 사람들이 풍광 좋은 곳에 솥을 걸고 음주가무를 즐기며 한 바탕 잔.. 더보기
함박꽃 꽃 한 송이 장막을 걷고 영롱한 눈으로 나를 응시한다 눈동자에 내 모습이 선명하다 더보기
원추리 바위 벼랑에 앉은 원추리가 낚시를 한다 가리올 마을 정초시 영감의 한적한 뒷뜰에 낚싯대 드리우고 회심의 미소를 머금고 갓 피운 원추리 두 송이 밑밥을 놓고 기다린다 요 정도 밑밥이면 혼줄을 내려놓고 걸려들고 말겠지 발걸음 딱 멈추고 황홀경에 들겠지 더보기
쓸모없음의 쓸모 쓸모없음의 쓸모있음을 말한 장자의 가르침을 되새겨본다 어떤 날은 비가 오는 날 토란밭에 물을 주기도 한다 어떤 날은 전동공구로 하면 쉬운 일을 일부러 자귀로 많은 시간을 들이며 힘들게 하기도 한다 어떤 날은 자동차를 타면 빠르게 가는 길을 오래 걸어서 가기도 한다 상식이나 관습적 판단 기준으로 보면 어리석고 우스꽝스런 항동이다 그런데 가치판단의 다른 준거 기준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놀이로 물을 줄 수도 있고 수공 작업을 위한 것일수도 있고 운동과 산책을 위해 걸을 수도 있는 것이다 유용과 무용을 판단하는 준거는 고정되거나 절대적이지 않다 시대가 변하고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또는 개인적 성향이나 신념 등에 따라 유용과 무용의 가치는 유동적이고 가변적이다 경계를 허물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가치 판단의 준거.. 더보기
추명국 추명국이 꽃대를 올리며 개화 준비를 하고 있다 돌담 아래 온통 돌투성이 땅에 뿌리 내리고도 왕성하게 자라는 추명국이다 이 화초를 주신 할머니는 여생을 정리하는 뜻으로 이 꽃을 전해주셨다 영감님은 떠나시고 실버타운으로 거처를 옮기신 할머니다 신구약 성서를 17번 필사하셨다는 분이다 추명국이 피면 나는 꽃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내 기준에 맞추어 이 화초를 평가절하한 성급함과 무모함을 부끄러워한다 그런 내게 꽃을 피워 자신의 아름다움과 굳건한 생명력을 증명해 보였다 아직은 피우지 못했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더 아름다운 꽃을 피우거라 지켜봐 주는 내가 있음을 잊지 말아라 네가 꽃을 피움으로 이 뜰이 화사해지고 내가 눈길이 그윽해질 것이다 더보기
블로그 이전 다음 블로그에서 티스토리 블로그로 이사를 한다 남의 집에 공짜로 살다가 주인이 더 이상 손해를 볼 수 없으니 나가달라는 것이다 그냥 쫒아내는 게 아니라 잘 아는 집까지 안내를 해 준다 다음 블로그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블로그는 관심경제가 구축한 디지털 플랫폼의 하나다 소비자의 관심을 파악하여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이다 자본주의라는 마왕의 총애를 받는 부하가 웸이다 웹은 손가락 끝만 움직여도 명령에 복종하는 마술사를 거느리고 있다 그 이름은 하이퍼텍스트라는 연결의 마술이다 온 세계에 파견되어있는 조직원들이 명령을 따르는 이 세계가 인터넷이다 나는 디지털 문명이 낳은 신인류 계열에 속하는 블로그족이다 이 종족에 편입한지 십여 년 내 블로그는 좀 생뚱맞다 첨단 과학기술와 자본주의, 소비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