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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담화

노견 명랑이 우리 집 노견 명랑이는 골든리트리버종이다 대구 유기견 보호소에서 분양 받은지 5년이 넘었는데 열살 정도될 것 같다 이름 그대로 명랑한 성격에 사람을 좋아하고 온순하고 먹성이 좋다 처음 이곳에 와서 목줄 문제로 가족 간에 다툼이 있기도 했었다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에 나가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따라가며 짖어서 목줄을 풀어 놓을 수 없었다 안전한 곳에서만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훈련법을 몰라서 결국은 목줄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야간에 한 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을 주는 것이 나름의 방책이다 늙은 개 명랑이는 행동은 굼뜨지만 눈치가 빠르다 간식이 제공될 기미를 포착하는 눈치와 목줄을 풀어줄 기미를 알아 차리는 노회한 약삭빠름이 있다 외출에서 돌아올 때 예전과는 달리 몸을 일으키지도 않고 눈알만 가동한다 산골의 주택이라.. 더보기
투표하는 날 국회의원을 뽑는 투표날이다 우리 마을 한 영감님 오늘 아침에는 유난히 생기가 흐른다 흰 와이셔츠 칼라를 밖으로 빼고 물 묻힌 빗으로 머리 가르마도 탄다 거울에 비친 얼굴에 결연한 표정도 묻어난다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하고는 행차를 한다 나도 다 생각이 있능기라 늙은이라고 허깨비 취급하고 무시하지 말라고 나도 눈과 귀가 있고 머리통으로 옳고 그름을 안단 말이여 이 작자들이 말도 안되는 소리로 속을 뒤집어 놓고 뻔뻔하고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한단 말이여 노인이 주제도 모른다고 타박 들을까봐 내 지금까지 꾹 참고 오늘만 기다렸다고 내가 나라 돌아가는 이런저런 일들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래도 팔십 평생을 살아오며 터득한 게 있단 말이여 상식과 순리 같은 것이지 내 오늘 진짜 밥값 한 번 할끼다 으음 그렇고말고 더보기
식탁 재활용 원목 식탁을 바꾼다 15년동안 사용하던 식탁의 상판은 호두나무고 받침대는 만월당을 보수하면서 폐기한 200년 이상된 소나무다 모든 작업을 직접한 것에 의미를 두었었다 아마츄어의 미숙한 솜씨지만 하나 밖에 없는 것이다 지붕을 수리하면서 친구가 선물한 화강암 식탁 상판으로 바꾸면서 밖에 내놓았더니 서한당이 관솔 몇 개와 화분을 배치하며 호작질을 해 놓았다 더보기
서울마라톤을 보며 서울에서 마라톤이 열리고 세계적인 선수들과 우리의 선수들이 도로를 달린다 차량들은 기꺼이 도로를 양보하여 우회하며 이 축제를 간접 지원한다 선두 그룹에는 대부분 아프리카에서 온 선수들인데 아마도 전문 마라토너로 특별 조련을 받으며 출세와 돈방석에 앉는기회가 될 것이다 현재 선두 그룹은 여섯 명인데 긴 다리에 검은 광택이 빛나고 팔은 가늘고 길다 몸의 근육들은 오로지 달리기 위해 최적의 상태로 발달한 것이다 한 명이 뒤로 쳐지며 이제는 선두에 다섯이 달리고 있다 이 치열한 경쟁은 피니시 라인에서 비로소 등위를 매기며 끝이 날 것이다 두 시간이 지났는데도 선두의 선수들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달리는 자세의 변화가 없다 입이 벌어지지 않고 몸이 흔들리지 않는다 동기를 부여하고 훈련을 소화하며 작전을 세우는 두뇌,.. 더보기
어리석음과 현명함 사이 온 힘을 다해서 오함마질을 열 번 이상 해야 손바닥만한 콘크리트가 깨져 나온다 헉헉^^ 숨이 차올라 지속적으로 오함마질을 하기도 어렵다 사람들이 내막을 알면 나를 바보라고 할 것이다 자기 토지 20여 평을 근 20년동안이나 뒷집이 사용하도록 하고 허락도 받지 않고 설치한 콘크리트를 원상 회복 하느라 저 고생이니 쯧쯧......... 두어 평 정도를 며칠동안 깨내는 중인데 며칠 전에는 자루가 부러진 쇠뭉치에 머리를 맞아 피를 흘리기도 했으니 바보가 아닌가! 남들이 볼 때는 그렇지만 당사자인 내 생각은 다르다 뒷집 노인은 먹고 살려고 인척의 땅에서 소 두세 마리를 키우며 살았고 나는 우분 냄새를 견디며 살았다 고향의 선배이자 가난한 이웃에게 선의를 충분히 베풀었으나 재작년부터 펜스를 쳐서 경계를 분명히 하자.. 더보기
거리두기 어떤 모임에 불참을 알리는 일이 쉽지 않다 혹시 오해가 있을까 싶기도 하고 그렇다고 사유를 일일이 밝히기도 쉽지 않다 단순한 일이 아니라 복합적인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그런 까닭으로 내심을 표현하지 않고 드라이하게 참석이 어렵다고만 알려준다 이를 궁금히 여긴 이가 전화를 해서 혹시나 무슨 신변에 변화가 있나 싶어 확인을 한다 "잘 지내고 있다"며 얼버무리자 혹시 도를 닦느냐고 반문 하길래 "그래 맞아" 하며 미궁 속으로 밀어넣는다 침묵의 대화라고나 할까? 굳이 속내를 비춘다면 거리두기를 하고 싶어서다 잦은 오프라인 만남이 늘상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반가움은 잠깐이고 즐거움도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즐거워야 할 대화는 술이 몇 잔 들어가면 왁자지끌해지고 목소리 큰 이가 독점하고 수다판으로 변질된다 귀 기울.. 더보기
푸바오의 귀환 판다 곰은 팔자도 좋다 빈둥빈둥 놀고 먹어도 사람이 기꺼이 몸종이 되고 천진난만한 외모에 아기 같은 순후함으로 사람과 동물의 벽을 허문다 사람들이 배알하러 줄을 서고 나라의 사절이 되어 파견되니 세계 평화의 전도사가 된다 푸바오라는 이름으로 우리와 연정을 맺고 제 고향으로 귀환하는 속 깊은 사연이 있구나 그래그래 하도 귀하신 몸이라 제 짝을 맺기 위한 것이로구나 먼 나라의 배우자를 만나 평생해로 하기를 굿바이 푸바오! 더보기
죽림일우 죽림칠현의 고사가 있다는데 우리 집 뒤에도 죽림이 무성하지만 나는 감히 현자의 발뒷꿈치에도 들지 못하니 '그래^ 죽림일우(竹林一愚)라고 하자 껄껄' 옛날에는 초야에서 은거하기가 용이했지만 요즘은 엄밀한 의미로 초야가 있을 수 없다 칠현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전파라던가 SNS 같은 기이한 것들이 대나무 가지 사이로 파고드니 말이다 죽림칠현을 현실도피자라고도 하지만 꼭 그렇게 생각할만한 일은 아니다 항거하기 어려운 현실에 적절히 거리를 두면서 신변을 보호하며 양심의 자유를 지키는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흔히 '행동하는 양심'을 주장하며 현실 정치에 참여를 종용하는 논리도 있지만 그것은 권장 수준인 것이다 말과 행동으로 반대를 하지 않아도 침묵의 저항이 있을 수 있으며 직접적인 정치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