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의 즐거움

만대루에서 병산서원은 강과 산이 있는 앞쪽을 바라보고 있다 낙동강은 몸을 눕혀 강 바닥을 흐르고 병풍을 두른듯한 산도 한 일자로 몸을 낮추어 산수간에 호응을 한다 솟을대문을 들어서면 서원의 제일 앞쪽에 일곱칸이나 되는 기둥을 세우고 길게 사방이 트인 누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화려한 단청이나 고급스런 치장을 하지 않고 소박하고 절제된 누각이 서원의 품격을 높인다 자연을 바라보는 이 망루는 건물 자체로도 단아하고 욕심없는 선비의 용모처럼 비범함을 지니고 있다 누각은 자신을 비움으로써 병산을 서원의 뜰로 끌어들이고 있다 사람들의 공간인 서원과 자연의 풍광 사이에 놓인 누각은 인공과 자연의 경계이자 둘이 소통하고 조화를 이루게 하는 한다 만대루는 자연을 외경하고 관찰하고 누리고 배우는 누각이다 탁 트인 시야! 유장하게 흐.. 더보기
선가춘 섬진강 하류의 대하는 몸집을 불려 풍성하고 유장하게 흐르고 넓은 강변에 흰 모래밭과 푸른 솔이 가득하여 바라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대하무성이라더니 강은 말없이 천천히 흘러간다 하동을 여행하는 중에 투숙한 펜션의 조경석에 쓴 글과 글씨가 인상적이다 섬진강 백사청송이 어울러진 선가춘 눈맛이 시원한 강변의 풍광을 짧은 글로 멋스럽게 묘사하고 있다 글씨도 멋스럽다 주인장의 고아한 학식과 품격이 느껴진다 아니나다를까 주인장이 이 고을의 문화원장이란다 내가 한 수 배워 우리 뜰에도 저와 유사한 작품 하나를 만들어 보고 싶어진다 더보기
보리암의 바위 남해 보리암 뒷산의 거대한 바위를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한다 몇 겁의 세월이 저 바위를 금이 가게 했는지, 바위를 분리 시켰는지, 바위를 낙하 시켰는지를 상상한다 바위는 묵묵히 겁의 세월을 온 몸으로 견디며 변해왔다 한 순간도 그 변화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미래에 어떻게 변해갈런지 추리해 본다 보리암의 바위를 보며 제행무상(諸行無常)의 진리가 뼛 속까지 스며든다 더보기
여행길에 만난 소나무 소나무 한 그루 팔 몇 군데 잘리고 척추 휘어져 지팡이 짚고 누운듯 서 있는 상이 용사 사람들 관광 길에 눈요기하라고 희생된 제물 아는듯 모르는듯 푸르름을 잃지 않고 의연한 기개에 경의의 시선을 한참 거두지 못한다 더보기
동굴에서 자연이 빚은 이 작품은 어마어마한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사람의 시간으로는 측정조차도 할 수 없는 장구한 세월에 걸쳐 이루어진다 시작도 끝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해도 별도 뜨지 않는 암흑의 정적에서 무위의 손길로 빚었구나 사람의 상상을 넘은 걸작이구나 더보기
사인암 선바위 단양팔경의 명승 사인암을 처음 대하면서 단박에 명승지임을 알아보았다 깎아서 세운듯한 선바위가 위엄있게 강의 파수꾼이 되었구나 대강을 지나는 물줄기 행렬을 가로 막지 않으려 몇 걸음 뒤로 물러나 위용을 드러내며 풍치의 격을 높인다 으음 저 정도는 되어야 대장군다운 풍채와 위엄을 갖추는 것이지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니 흐르는 것이 계류만이 아니었다 바위의 단단한 몸을 흐르는 세월의 흐름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바위는 삭아서 주름이 깊어지고 부서지는 중이다 거대한 몸통에 종횡으로 균열이 생긴다 가장 연약한 결이 길이 되어 바위는 분열을 소망한다 끝없이 낮아지고 작아지고 따스해질 것이다 바위 꼭대기의 빈 틈은 여러 그루의 소나무를 품고 동행을 한다 더보기
동굴에서 해도 뜨지 않고 지지 않는 암흑의 동굴 나무가 나이테를 새기듯 시간의 탑을 쌓아가는 동굴 100년에 1센티를 쌓는다는...... 위에서 아래로 쌓은 탑 아래에서 위로 쌓은 탑 맞닿으려 한다 신비가 베일을 젖히고 장엄한 얼굴을 내민다 더보기
한옥의 명가 예루원 남원 광한루원과 담을 맞대고 있는 대형 한옥 건물인 남원 예루원에서 차를 마시다가 눈이 호사를 누린다 반가운 사람들과의 정담 중에도 시선이 건물 곳곳으로 분산됨을 어찌할 수 없다 건물에 입장하기 전부터 팔작지붕을 열십자형으로 겹쳐놓아 사방에 박공이 보이는 것만으로도 한옥이 현대적 감각으로 새로운 변신을 하고 있음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건물에 들어서자 넓은 공간과 높은 천장이 주는 탁 트인 개방감을 준다 2층에도 손님들이 이용할 수 있는 탁자가 있다 창가에 앉으니 창문 밖으로 물레방아가 돌아가고 있다 건물의 가운데 우뚝 서 있는 고주가 엄청나게 높다 민간 가옥으로서는 불가능한 구조다 남원시에서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뛰어난 명장들이 합작한 한옥의 명가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