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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명랑이 우리 집 노견 명랑이는 골든리트리버종이다 대구 유기견 보호소에서 분양 받은지 5년이 넘었는데 열살 정도될 것 같다 이름 그대로 명랑한 성격에 사람을 좋아하고 온순하고 먹성이 좋다 처음 이곳에 와서 개줄 문제로 가족 간에 다툼이 있기도 했었다 차량이 통행하는 도로에 나가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따라가며 짖어서 목줄을 풀어 놓을 수 없었다 안전한 곳에서만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훈련법을 몰라서 결국은 목줄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야간에 한 시간 정도의 자유시간을 주는 것이 나름의 방책이다 늙은 개 명랑이는 행동은 굼뜨지만 눈치가 빠르다 간식이 제공될 기미를 포착하는 눈치와 목줄을 풀어줄 기미를 알아 차리는 노회한 약삭빠름이 있다 외출에서 돌아올 때 예전과는 달리 몸을 일으키지도 않고 눈알만 가동한다 산골의 주택이라.. 더보기
반려돌 유감 반려돌이 세간의 화젯거리가 된다 반려란 사전적 의미는 짝이 되는 동무다 삶의 여정에서 동행, 동반하는 것이라면 무생물인 돌까지도 가능하다는 기존의 반려 개념의 범주를 뛰어넘는 엄청난 반전이다 반려묘나 반려견은 인간의 동물에 대한 자비와 사랑이 전제된다 사랑한다는 것에는 당연히 희생과 헌신, 고통이 수반된다 부모의 자식 사랑이나 어미의 새끼 사랑을 보면 누구나 공감하는 진리다 반려에는 상호 감정의 공유나 의사의 소통이 이루어질 때 가능한 것이다 쌍방 소통이 아닌 일방적인 것에 그칠 때는 반려라기보다 애완 차원에 머무를 것이다 돌까지도 반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그저 스쳐가는 유행에 그칠지 보편화된 하위 문화로 자리잡을지 궁금하다 오죽했으면 돌을 짝으로 여길만큼 바쁘거나 외로운 것일까? 오죽했으면 .. 더보기
투표하는 날 국회의원을 뽑는 투표날이다 우리 마을 한 영감님 오늘 아침에는 유난히 생기가 흐른다 흰 와이셔츠 칼라를 밖으로 빼고 물 묻힌 빗으로 머리 가르마도 탄다 거울에 비친 얼굴에 결연한 표정도 묻어난다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하고는 행차를 한다 나도 다 생각이 있능기라 늙은이라고 허깨비 취급하고 무시하지 말라고 나도 눈과 귀가 있고 머리통으로 옳고 그름을 안단 말이여 이 작자들이 말도 안되는 소리로 속을 뒤집어 놓고 뻔뻔하고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를 한단 말이여 노인이 주제도 모른다고 타박 들을까봐 내 지금까지 꾹 참고 오늘만 기다렸다고 내가 나라 돌아가는 이런저런 일들을 자세히는 모르지만 그래도 팔십 평생을 살아오며 터득한 게 있단 말이여 상식과 순리 같은 것이지 내 오늘 진짜 밥값 한 번 할끼다 으음 그렇고말고 더보기
자목련 ~ 4월의 미의 화신 자목련이 개화하는 중이다 올해는 유난히 꽃송이가 풍성하고 색이 곱고 꽃이 어느 한 구석 찌그러지거나 상한데가 없다 봄의 마술사가 연분홍 천을 연신 뽑아내는데 춤추며 노래하는듯 하다 아직 한 송이도 낙화하지 않고 덜 핀 꽃망울들이 기다리고 있다 아이 고와라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탄성이다 4월의 봄이 내세우는 미의 화신이랄까 나는 찬사 한 귀절을 웅얼거린다 봄의 심술쟁이 서리나 강풍들이 기세를 올렸다면 고운 꽃잎이 성할리가 없지 고맙구나 조금만 더 참아주어라 자목련이 스스로 꽃잎을 떨굴 때까지만이라도....... 더보기
지게를 지며 뒷산에 가서 낙엽과 부엽토를 긁어와 퇴비를 만드는 일이 며칠 째 지속된다 조금만 생각을 바꾸고 조금만 부지런하면 자연적인 농경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좋은 봄날에 자연인답게 일을 하면 즐거움과 보람이 적지 않다 일을 해도 악착 같이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놀이처럼 즐기라는 것이 내 생활 철학이다 일의 목표가 돈벌이라면 이건 불가능해진다 그러면 일은 고역이 되고 거기서 벗어나고 싶을 뿐이다 소박하고 천진난만한 마음으로 일의 과정을 즐겨야 한다 오늘은 지게를 지고 가서 마대에 가득 담아와야겠다 몇 해 전에 구입해 놓은 알루미늄 지게가 가볍고 편리하다 '요새 지게질 하는 사람이 어딨냐?'며 웃을 일이기도 하다 지게질을 예전의 농부나 초부(나뭇꾼)들의 노동을 체험하고 추억하는 낭만적인 동기가 있.. 더보기
느닷없는 짓 사용하던 통나무 식탁을 뜰에 내놓았더니 서한당이 소꿉놀이하듯이 배치해 놓는다 이런 느닷없는 짓이 생활과 밀착된 미적 활동이다 더보기
비에 젖은 진달래 진달래 개화 소식을 듣고 뒷산에 오른다 봄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날, 진달래는 온통 젖은 적삼을 여미고 있다 아직도 냉기를 죄다 떨쳐내지 못한 바람에 여윈 몸과 입술이 파르르 떤다 부귀영화를 누리는 꽃들은 화려한 색에 풍성한 풍채, 독특한 모양새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어 운수가 좋으면 대갓집 뜰에 초대도 받는다 이름이야 곱지만 진달래는 산의 후미진 곳에서도 원망하지 않고 소박하게 꽃을 피운다 갑남을녀들의 관심과 사랑 따위는 이미 체념한듯 욕심없는 꽃이다 진달래는 풍성하고 화려한 정열보다는 은은하고 소박하지만 쉽게 잊혀지지 않을 정겨움이 묻어난다 더보기
땅두릅을 캐며 땅두릅을 처음으로 수확하는 기쁨이 크다 작년에 처음으로 심었는데 친구와 수승대에서 큰 뿌리 한 포기를 캐내서 여러 포기로 나누어 심은 것이다 무엇이든 처음으로 하는 일은 설렘이 있다 호기심과 기대감은 경험을 부풀게 하는 이스트다 땅에 묻힌 하얀 뿌리 줄기와 지상에 피어난 잎이 마치 땅에서 캔 버섯 같기도 하다 땅을 조금 파내서 칼을 넣어 싹둑 잘라내는데도 또 묻어두면 얼마 후에 올라온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아니.....고작해야 땅두릅 열댓 개를 땄다고 저리 호들갑을 떠는가?'라는 퉁명스런 반응은 상상력이 빈곤한 목석 같은 사람일 것이다 초심의 눈으로 초심의 가슴으로 사물을 대하면 하찮아 보이는 사물이나 일에 작은 기쁨이나 보람 등과 같은 보석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세수를 하고 설거지를 하는 사소하고..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