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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 한 줌의 추억 며칠 새 바람의 입김이 제법훈훈해지고 호미가 손을 끌고 밭으로 간다 흙은 약간 젖어있고 보드랍고 젖내음이 풍겨온다 쪽파가 있는 밭두둑에 나물들이 함께 자라고 있다 냉이, 꽃다지, 광대나물을 한 줌 캔다 나물을 캐다 아련한 기억 한 올이 나물 뿌리에서 매달려 나온다 오래 전 내가 30대에 교직생활을 할 때, 경주 양북면에 있는 기림사 근처, 야외 식사를 준비하며 삼겹살을 굽고 있는데 아버지가 잠시 안보이시더니 산나물 두어 줌을 뜯어와 매우 기뻐하며 된장국에 넣어 먹었던 기억이다 까마득한 기억이라도 살아 있어 당시를 회고하며 선친에 대한 그리움이 울컥 솟구쳐 온다 남들은 이런 기억쯤이야 흔할 수도 있겠지만 예순 넷에 세상을 뜨신 터라 그 짧은 순간의 행복마저도 아쉽고 소중하기만 하다 그 짧은 순간을 다시 재.. 더보기
정월대보름날과 우주선 달 착륙 정월대보롬이라고 ~ 오늘 이 한 쪽 마을 사람들은 청솔가지로 달집을 만들어 태우며 달님을 맞이하며 소원을 비는데........ 같은 날~ 저 쪽의 한 마을 사람들은 달마실을 갔다는 소식이다 발자국이 찍혀 있는 걸 보면 초행길은 아닌데 무슨 일로 갔는지 사뭇 궁금하여 풍문에 귀를 기울이니........ 아니나다를까 돈 벌러 갔다네 그 뭣이냐 장사가 솔찬히 재미있을 거라는군 요넘들 돈 내음 맡는데는 귀신 같은 재주가 있단 말이여 주판을 얼마나 튕겨 봤겠능가 그 먼 달나라를 가는데 여비며 숙식비가 우리 동네를 모두 팔아도 못 당할터인데 말이여 가만히 귀를 기울여보니께 달나라 가는 우주선이랬나 그것을 1회용이 아니라 회수해서 재사용할 수 있어 장사가 된다능겨 으응 그렁가? 하여튼 요새 기술이 좋아서 못하는 일이.. 더보기
백설의 별유천지 잠자리에서 일어나 무심코 커텐을 열어 젖히니 펼쳐진 백설로 뒤덮인 별유 천지! 간밤에 눈이 내려 천지를 새하얗게 덮고 있다 도둑 고양이처럼 발자국 소리를 지우며 내려오는 능청스런 행보는 세상 사람들을 순간적인 희열로 몰아넣기 위한 계략이었구나 공연장 무대를 열어 젖히기 전 막후의 준비는 거대하고 완벽하였구나 배후를 조종한 연출자도 각본도 베일에 감춘 채....... 이 나이 되도록 이런 풍경은 처음이라며 이전의 기억들을 지우며 거대한 기획의 포로가 된다 처음이므로 당연히 길이 없는 에덴 동산! 첫걸음을 떼기 직전처럼 설렘으로 오점 하나 없는 순결한 아담으로 살아보라고 한다 더보기
나무여 나무여 살아가는 일이 모두 공부다 생각이 깊어지고 집중하게 되면 사소하고 평범해 보이는 일의 근본을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생기게 된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고 경험이 쌓여가며 참구(參究)하면 마침내 큰. 깨달음에 이르게 될 것이다 요즘 나무의 가지치기를 하면서 사물이나 노동의 근본을 사유하며 소중한 가치를 배우게 된다 작은 수고를 바침으로써 얻는 지혜의 선물이다 지난 몇 달 동안에 여러 수목들을 전정, 전지했다 감나무,소나무,아로니아와 블루베리, 개나리, 화살나무, 단풍나무, 헛개나무 등을 전정, 전지를 하면서 작은 깨달음을 얻는다 지상에서 하늘로 길을 내며 영겁회귀하는 순례자들! 나무들은 늘 하늘에 닿는 꿈을 꾼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 톨의 미소한 씨앗이 왕궁처럼 거대한 세력을 이루며 꿈을 실현해 간다 어두운.. 더보기
우수의 사색 우수가 지나고 사나흘 째 비가 내린다 아직은 춘삼월이 되지도 않았는데 비가 많이 내려 개천에 물소리가 세차다 젊은 시절에는 24절기에 대해 그 따위라 칭하며 비합리적이고 전근대적 인습 등으로 치부하며 냉소적이었다 옛날 농경민적 사고방식이라 여기며 기계적으로 도식화한 민간 계도용 등으로 여기는무관심과 무지의 천박함을 드러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절기에 대한 접근 방식이 매우 달라졌다 꼭 농사를 짓는데 필요한 정보를 얻으려 하거나 농촌 사람들의 인습적 사고방식에 동화되어서가 아니다 전원생활을 하다보니 계절의 변화, 일기의 변화 등에 민감해졌고 절기의 바탕에 흐르는 자연애와 인문적 사유에 친숙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동양적 우주관에 익숙해지고 내 삶에 녹아들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우수란 절기는 눈이나 얼음이.. 더보기
선수와 인성-손흥민과 이강인 온 국민들의 기대를 모았던 아시안컵 축구의 졸전의 원인이 선수들 간의 내부 갈등으로 밝혀져 충격과 분노로 떠들썩하다 솔직히 말하면 그 문제가 된 경기를 보며 분노와 실망을 금치 못했는데 필시 무슨 우여곡절이 있을 것이라고 여겼었다 며칠 후에 밝혀졌지만 촉망받는 어린 축구 선수의 하극상 논란과 월드 스타인 주장 선수의 심적 고통과 포용이 세계의 축구계에 화제가 되는 판이다 선수들은 오로지 승패를 겨누는 전사와 같아서 투쟁력이나 투쟁기술이 최우선적으로 요구되는 능력임은 두 말 할 나위도 없다 월드 스타가 되어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해 생애를 건 도전을 하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선수로서 양성되어 일반적 교육 기회를 스스로 거부하기도 하고 어린 시절부터 유학을 하며 축구에 배팅을 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싸잡아 비.. 더보기
개나리 울타리를 낮추며 주택 뒷편의 생울타리로 심었던 개나리의 키를 대폭 낮춘다 높이가 2~3m 되는 것을두 뼘 이내로 줄이려고 한다 이 울타리는 뒷 집과의 시선 차단을 위해 의도적으로 조성한 것이었다 이제 울타리를 낮춘 것은 뒤에서 두세 마리 소를 키우다가 작년부터 그만 둔 것인데 사연은 이렇다 뒷집 마당으로 사용하는 약 20여 평의 내 토지를 사용하도록 허용해 주었었다 그러다가 재작년에 그 토지를 경계 측량을 하고 펜스를 쳐서 뒷집에서 소를 키우기 어려울 정도로 마당이 좁아졌고 노인의 힘에 부치기도 했던지 소를 기르지 않았다 오랫동안 사용을 하게 해 준 것은 홀로 사는 노인의 생계 문제라고 여긴 선의에서였다 그런데 노인은 이런 정황을 고맙게 여기기보다는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위생개념도 부족하여 트러블이 생겨 내 선의를 거두.. 더보기
천지인을 상징하는 바위 배치 뒷 뜰에 작은 동산을 만들 때 설렘과 즐거움을 회고해 본다 뒷산의 산자락이 끝나는 곳이라 바위가 많은 땅이라 자연석을 활용하여 동산을 꾸미고 싶었다 밭이었던 대지에서 묻혀있던 바위들이 노출되면서 대부분은 석축으로 사용되고 남은 바위로 요 작은 동산에 세우기로 마음을 먹었다 돌을 어떻게 배치할까를 생각하다가 뇌리에 스치는 개념 하나가 였다 주변을 샅샅이 둘러보며 바위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하늘을 상징할 바위는 크고 우뚝 솟아 웅장한 느낌이 있어야 한다 땅을 상징할 바위는 넓고 평평한 대지처럼 안정감이 있어야 한다 사람을 상징할 바위는 하늘과 땅 사이에서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선돌(입석)과 누운 돌(와석)의 중간 형상이 좋겠다 남은 돌 중에서 마음에 쏙 드는 돌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지만 내 의도는 명확했었다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