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곡의 글방

가리올 대밭(1)

청곡2 2016. 5. 23. 07:00

 

풍아! 너 또 대밭에 갔다왔재?

나는 그놈의 대뿌리가 뺄갱이보다 더 징글징글하구마는

너는 어째 그리 대밭에 살다시피 하는 기고?”

 

어무이는 참! 답답하고 편협한 생각을 못 버리요?

저 좋은 대나무를 보고 마치 원수진 듯 하니 갑갑할 노릇이오.”

 

 

 

 

너야말로 답답하구나. 네 눈으로 보고도 모르겄나?

이 마실이 내 시집 올 때만 해도 서른집이 살았는데

지금은 딸랑 너댓집만 사는 걸 봐라.

모두 다 바람이 들어 도시로 나가 뿌릿는기라. 

우리 식구 먹여 살리던 밭뙈기 하나를 제 땅으로 맹글라뿌리고도 모지래는지.......

이제는 돌담 밑으로 파고 들어와 마당에 까지 침범해 오는 기 안보이노?

세상에.....캐고 또 캐도 대가리를 쳐들고 올라오니 징그럽다 아이가.”

 

그건 나도 알긴 하지만......”

 

네 너한테 차마 할 소리는 아이다마는 너그 아부지 한 시절에 바람난 것도

다 이놈의 대밭 때문인기라.”

 

앗따! 또 그 소리요. 듣기 싫소.

대숲에서 이는 바람하고 사람이 바람 나는 것 하고 무슨 상관이란 말이오?”

 

 

 

자슥 하나 있어도 헛 것이구마. 이제는 에미 편이 아니라 대나무 편을 드는구마. 츳츳

 

내 너를 뱄을 때 일풍이라 이름 하나 딸랑 짓고 떠난

너그 아부지꼴 안 날라믄 제발 대밭에 가지 마라.”

 

"어무이. 어무이 심정을 십분 이해를 해요. 그런데 나는 대나무가 좋아요.

 나는 마음이 심란할 때는 대숲에 가서 위로를 받아요. 나는 대숲에 이는 바람이 좋소,

 대숲은 바람을 배고 바람을 품고 바람을 기르며 살아요..”

 

그기 무신 소린지 나는 모르겄다. 희한한 소리를 하는 기 나는 겁난다.”

 

 

 

대나무는 내 스승이오.

내 제대로 공부는 못했어도 남한테 꿀리지 않고 사는 것은

대나무 스승이 가르쳐 준 덕분이오.

대나무는 사시사철 변함없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가르치오.

사람이 제 이익을 위해 약삭빠르게 머리 굴리고

남의 눈치를 보지 말라고 가르치오.

사철 푸름을 잃지 않는 스승은

마치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 충신의 충의와 같지 않소.“

 

너 그런 소릴 어디서 들었노? 놀라운 소리를 하능구마. 이잉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