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의 즐거움
비 오는 날의 수채화
청곡2
2016. 5. 27. 07:00
비만 오면 밖으로 나도는 습관은 어쩔 수가 없다.
비를 맞으며 촉촉해진 대지에 꽃나무들을 심는 낭만 때문이다.
옮겨 심을 꽃이며 나무들이 뙤약볕에 탈진하는 일도 없고
따로 물을 줄 필요도 없으니 금상첨화가 아니던가.
오늘은 비옷을 걸치고 뒷산으로 올라가
두어 뼘 남짓한 낙엽송 한 그루를 캐서 뜰 한 쪽에 옮겨 심는다.
내 왕국에 초빙된 이민자라며.....
뚱딴지를 옮겨 심기 위해 땅을 파고 돌들을 추려 낸다.
비로 축축해진 대지는 호미날에 저항하지 않고 쉽게 받아들인다.
범의꼬리 두어 줌, 감국 서너 줌을 진입로 한 켠에 옮겨 심는다.
드나드는 이들에게 한 순간이라도 시선이 머물기를 바라면서.....
이렇게 뜰에서 비를 맞으며 낭만을 향유하는 이 풍경은
비 오는 날의 수채화 같다.
수목의 잎사귀들에서 물방울이 흘러내리더니 초록색을 풀어 놓는다.
한 폭의 수채화에 여백이 차츰 초록으로 물들어 간다.
턱 밑으로 빗물이 스며들어 어느 새 가슴이 젖더니
내 안에 계곡이 생기고 물 흐르는 소리 들린다.
나무에서 배어나온 초록 물감이 비에 섞이고
이제 나를 온통 초록으로 적신다.
이렇게 비 오는 날은
물감을 듬뿍 묻힌 큰 붓이 지나가며
나뭇잎끼리 서로 경계를 허물고.
나무와 산이 경계를 허물고
이윽고 나무와 산과 사람이 혼연일체가 되어
엇비슷한 빛깔로 섞이는 일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