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곡의 글방

노동의 가치(1)

청곡2 2016. 6. 24. 07:00

 

주택 바로 아래에 100평 정도되는 텃밭 외에 200평이 조금 안 되는 밭뙈기 하나가 더 있는데

9년이 지나면서도 가지런히 농작물이 심어진 적이 없으니 내가 봐도 한심하다.

혹시 그 밭을 지나치는 사람들이 이럴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에나......저걸 밭이라고..... 차라리 남을 주든지 할 것이지.

한 쪽은 쑥대밭이 되어가고 한 쪽에는 땅찔레가 쳐들어가는구만. 쯧쯧

 

 

 

굳이 변명을 하자면 텃밭이 따로 없는 것도 아닌데다 혼자 손에 목공방 작업하랴,

넓은 뜰을 관리하랴, 책 읽고 블로그 하랴, 언제 그 밭까지 가꿀 수 있느냐고 항변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심은 내가 농사꾼이 아니라는 정체성과 농사에 대해 근본적인 동기가 없는 때문이다.

 

또 변명할 여지를 준다면 밭의 일부에는 돌투성이라는 점이다.

이런 밭을 일구는 것보다 차라리 공방 작업이 더 큰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나를 설득시키기 예사였는데 자기합리화일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밭에다 적은 노동으로 이웃의 곱지 않은 시선이나 면해볼까 하고 궁리한 것이 과수를 심는 것이었다.

초보의 욕심답게 매실나무, 옻나무, 사과나무, 복숭아, 호두나무, 대추나무,아로니아 같은 수종들이 몇 주씩 심어져 있다.

가관(可觀)이 따로 없다.

 

 

 

 

그러는 중에도 밭을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틈틈이 땅을 파서 돌을 캐내고 땅찔레도 파내었다.

과수 사이에 고구마도 서너 고랑 심어놓고 들깨를 심으려고 잡초 투성이 땅을 조금씩 일구고 있다.

군데군데 부직포를 깔아 제법 밭 모양을 갖추어 가고 있으니 흐뭇하기 그지 없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조금씩 노동의 가치를 깨우치게 되니 스스로 놀라고 기쁨을 맛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