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담화

원응 스님 - 서암정사의 금니사경

청곡2 2016. 7. 9. 07:00

파스칼은 팡세에서 이렇게 말한다.

존경이란 거북한 생각을 가지는 것이다.......중략........

<만일 당신이 필요로 한다면 저는 언제든지 기꺼이 (당신을) 거북하게 대하겠습니다.

그것이 당신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을 때에도 나는 곧잘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말입니다.>

 

 

 

 

 

파스칼의 표현을 빌어보면

나는 원응 스님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간접적으로 만나더라도 그 분을 거북하게 대할 것이다.

거북하다는 표현을 조금 보충하자면 자연스럽거나 자유롭지 못할 때 쓰는 단어다,

그러니까 내가 그 분을 만나면 친구와 한담을 할 때처럼 자연스럽게 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공손함과 존경심이 가득 담긴 얼굴 표정과 허리를 굽히고 깍듯하게 대하겠다는 것이다.

설령 노스님이 나보고 편안하게 대하라고 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될 것 같다.

 

원응스님께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깊은 예우를 드리고 싶다.

 

 

 

 

 

첫번 째 서암정사 방문시는 관람을 하지 못했던 금니사경 전시관을

이번에는 관람하게 되었다. 자세한 설명까지 듣게 되는 행운을 누렸다.

다녀오고 나서도 오래도록 스님의 사경 수행이 커다란 감동으로 남아 있다.

 

아자형(亞字形) 대웅전 지하에 있는 금니사경 (金泥寫經: 금가루를 아교에 개어 불경을 베껴 쓴 경문)

전시관은 서암정사의 또 다른 볼거리다.

 

 

 

 

부처님의 가르침 중에는 대방광불 화엄경이 가장 우수하고 진리가 높다고 한다.

이러한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하여 불법을 가슴에 지니게 되는데 이것이 신심이다.

 

신심은 불도의 근원이 되고 공덕의 어머니라고 한다.

그런 신심을 가지는 방법으로 사경(寫經)수행이 있다.

그리고 사경 기도가 가장 효험이 있다고 하기도 하며

참선 중에서도 사경 참선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고 한다.

원응 스님이 그런 사경 수행의 전통을 부활시킨 분으로 인정을 받는다고 한다.

 

 

 

 

 

15년의 노력으로 대방광불화염경 597261자를 사경한 금니사경수행이다.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는 수행 앞에 절로 고개가 수그러진다.

우리는 대체로 이런 사건을 건성으로 받아들인다.

 

15년이라는 세월동안 한결같은 마음으로 수행에 정진했던 그 상황을 절실하게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도 나는 아내가 신구약 성서 전체를 하루에 한 시간 정도씩 사경하여 3년에 걸쳐 끝낸 사실을 알고 있다.

그 사경은 노트에 펜으로 자유롭게 써 내려가는 것이지 않았던가.

스님의 사경은 금가루를 탄 먹에다 붓으로 한 자 한 자 기도하듯이 써 내려 간 것이다.

 

 

 

 

 

60만자에 이르는 한자를 아름다운 서체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성한 작품은

                                    부처님의 법력이 작용한 것이 아니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