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곡2 2016. 7. 17. 07:00

 

잔잔한 수면 위에 하나의 파문이 번져 나간다.

동심원이다. 같은 중심을 가진 반지름이 다른 원이 수면에 퍼져 나간다.

작은 동심원이 큰 동심원을 그리면서 점차 강도가 약해지다가 이윽고 소멸한다.

다시 수면은 잔잔해지며 평정을 되찾는다.

 

주위를 둘러본다. 바람이 불고 낙엽이 나풀거리며 떨어진다.

새가 물속으로 곤두박질을 친 것이라면 새가 보일텐데 ......

누군가 돌을 던진 것이라면 돌은 바닥에 가라앉을 것인데......

내 잠잠하던 뇌리에 인과론이 퐁당 소리를 내며 파문을 만들어 간다.

 

 

 

 

 

 

파문이 생겨났다는 것은 그에 합당한 원인이 초래한 필연적인 결과인 것이다.

원인이 무엇일까?

바람, 낙엽, 내 손짓, 돌멩이, 새 등과 같은 변인이 작용했을 것이며

분명한 것은 파문보다 시간적으로 앞서 있었을 것이란 추론을 한다.

 

인과관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시간적 우선성이 필연인 것이리라.

원인이 결과보다 시간적으로 우선하는 것은 필연이다.

그리고 원인이 되는 현상이 변화하면 결과가 되는 현상도 변화해야 하는 공변성이다.

공변성과 시간적 우선성이 확인되었다 해도

이것만으로는 여전히 두 변수 간에 나타나는 인과관계가 실재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3의 변수에 의해 설명할 수 없는 두 변수간의 연관성을 경쟁 가설의 배제 원칙이라고 한다.

 

 

 

 

 

나는 물수제비 뜨기 하던 추억의 강열한 이미지가 떠오른다.

언젠가 보았던 산오리의 동동걸음이 빚어내는 물장구의 이미지가 뒤이어 떠오른다.

많은 동심원들이 시간 간격을 두고 수면에서 빚어지는 절묘한 아름다움이란.....

둥근 돌만이 동심원을 그리는지를 시험하기 위해 모난 돌멩이를 던져보던 소년의 호기심은 순수했다.

 

 

 

 

 

 

동심원은 확장되어 갈수록 무늬가 희미해지다가 결국은 원래 상태로 되돌아 간다.

동심원도 오래 지속되지는 못하는구나.

사람처럼 한정된 시간 밖에는 살 수 없는 것을 깨닫고 서글퍼지던

소년에게 사색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으리라.

 

돌멩이 한 개가 조용한 수면 위에 최초로 던져질 때 그 충격은 크다.

그러나 수면은 험상궂거나 모난 충격을 아름다움으로 치유한다.

물은 원융무애의 손길을 가진 치유사이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원이다.

 

 

 

 

 

수제비뜨기를 하던 소년이 초로가 되어 호숫가에 앉아 사색에 잠긴다.

인생의 호수에서 동심원을 그리며 파문을 일으키던 일들이 숱하게 뇌를 스쳐간다.

때로는 기쁨과 영광에 겨웠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런 것은 왜 그리도 순식간에 스쳐가는.....

많은 과오와 고통과 회한으로 얼룩진 지난 날이 왜 이리도 오래 마음에 머무는 것인지.......

 

이 모든 것들은 내가 던진 돌멩이, 내가 뿌린 씨앗으로 인한 것이다.

말없이, 다만 옅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며 눈언저리가 촉촉해 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