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곡의 글방

견우와 직녀의 상봉

청곡2 2016. 10. 21. 09:28

우리 만나거든 걸어요.

머무르지 않고 걷자는 것은

사랑이 아름다움으로 향하는 흐름인 때문이지요

어디라도 좋은 것은 목적지가 있어서가 아니라

함께 한다는 그 자체에서 오는 기쁨

존재의 누림인 것이지요.


 



 


 


우리 만나거든 걸어요.

걸으면서 그동안의 서러움들과 그리움들을 분풀이 해봐요.

흘러온 세월의 저 편과 아득한 님을 향하며

서럽던 시공의 벽을 향해 


 


 



 


 


우리 만나거든 걸어요.

더 가까이 더 가까이

팔짱보다 손깍지가 좋겠어요.

그대가 내 왼편에 서면 내가 그대의 오른편에 서는 것 

그러면 그대의 오른손에 내 왼손을 합쳐야 해요.


 


 



 


 


손가락을 넓게 쭈욱 펴봐요.

그대의 엄지와 집게 사이에 내 엄지가 들어가고

정교한 톱니처럼 맞물리면 꼬옥 오무려봐요.

그대가 왼발을 디디면 나도 왼발을 디디고

그대의 폭만큼  나도 폭을 맞추면

그대의 왼 어깨와 내 오른쪽 어깨가 나란해져요.


 


 



 


 


우리의 심장이 번갈아 피아노 건반을 두들릴 거예요.

사랑의 세레나데에 맞추어 걸어가요. 

천천히 유려하게 나비처럼 걸어가요.

우리의 심장에서 큰 북이 둥~둥 울릴지 몰라요.

그 땐 앞을 보아야 해요.

깍지 낀 손을 힘차게 뻗으며 보폭도 늘려야 돼요.


 



 


걷다가 한참 걷다가

이번에는 자리를 바꾸어 봐요.

견우와 직녀 한 쪽만을 바라보다

굳어버린 목이 반대편을 향하게


직녀가 떠 있던 차가운 하늘의 음울한 자리,

견우의 떠 있던 미지의 자리를 바꾸어  

서로의 눈물 고였던 자리에 웃음이 피어 오르게


 


 



 


 


이윽고 밤이 깊어지고

도로의 차량들이 모두 귀가하고 가로등이 졸기 시작하면

도심의 거리 화면의 소실점 너머로 걸어 들어가요. 


화면에는 그림자만 남기고

 둘이 하나가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