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의 즐거움

장작을 패다가

청곡2 2017. 2. 3. 21:20
                              톱질을 한다.

한 그루의 나무가 집적해 둔 시간과 생의 의지가 토막이 난다.

떡잎 시절부터 제 생의 끝자락에 이르기까지의 수년, 수십 년을

손톱 날이 가로 지르며 횡으로 자른다.

촌음이라서 더욱 허무하다.



 

나무의 한 시절을 회고해 보는 일은 내 몫이다.

푸르던 시절 온 몸 마디마다 새 움으로 돋아나던 야무진 생의 의지

녹음방초에는 공중으로 수많은 길을 내며 세력을 확장 시켜나가던 파이어니어

그리고 겨울에는 풍찬노숙하며 제 몸을 비워내던 선사



 

도끼질을 한다.

토막 난 통나무 몸속을 파고드는 도끼날을 순순히 받아들인다.

광합성 작용을 하며 온 몸에 피를 돌게 하던 길이 두 쪽으로 쪼개진다.

한 순간의 강력한 충격에 나무는 물관 그 가장 여린 가슴이 열린다.

 



이제 장작들이 가지런히 처마 밑에 쌓이고

바람이 불고 햇볕을 쬐며 아직도 젖은 생의 미련을 버리고 나면

난로 화덕에서 한 생을 마감하리라




 

뜨거운 불길에 제 몸을 온전히 태우며

공으로 회귀하는 순례자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