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곡의 글방

빵놀이-아이들의 전쟁놀이

청곡2 2017. 8. 4. 07:00

 

초등학교 시절 동네 꼬마들에게 가장 재미있는 놀이는 전쟁놀이로 기억한다.

우리는 그 놀이를 <빵놀이>라고 불렀었다.

 

6.25 전쟁이 끝나고 나서 전후 복구가 한창이던 국민재건운동 시절에

런 전쟁놀이를 하였으니 시대상이 반영된 놀이이기도 하다.

거창군 북상면은 인민군 점령지역이었고 신원면은 국군에 의해 양민이 학살당한

거창사건의 쓰라린 상처가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여름밤 아이들은 매일 두 패로 아군과 적군의 두 패로 나누어졌다.

양쪽 진영은 서로 1~2백 미터의 거리에 떨어진 거리에 본부를 두고 있었다.

적군을 포로로 하는 방법은 먼저 상대를 발견한 사람이 총을 쏘는 시늉을 하며

<>하면 상대는 제자리에 멈춰서야 하고 5보 이내의 거리에 있으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 포로를 본부로 압송해 오고 적군은 자기편 포로를 석방하기 위해

매복이 삼엄한 길을 뚫고 공격을 해오는 것이다.

 


우리 편 포로를 구출한 아이는 영웅으로 부상하였다.

영웅을 꿈꾸는 소년들은 지붕을 타고 나무 위에서 잠복을 하고 보리밭을 기었다.

가슴 졸이며 기다리는 잠복, 적진 가까이 침투하는 위험한 도전,

우군을 위한 헌신과 희생 정신을 배우고 익히며 저절로 반공의 이념을 체질화한 것이다.

곳곳에서 총성이 울리고 기쁨과 환호가 울리는가 하면 동시에 그것은 슬픔과 좌절이었다.

 


이제 동네 꼬마들의 빵놀이는 어디에서도 행해지지 않는다.

상대를 생포하는 손가락 총 대신에 온갖 전쟁 무기를 동원한다.

미사일에 전투기도 모자라 화생방이며 핵이 등장하였다.


남과 북 양진영만의 다툼이 아니라 진영의 다툼이 되어

끝없는 독설과 군비경쟁으로 일촉즉발의 위기에 도달하고 있다.


어린 꼬마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핵전쟁이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