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곡의 글방
내 이름을 들어보았니?
청곡2
2017. 10. 14. 07:00
두 물건을 하나로 묶으려면 끈이 필요하지.
그러나 끈의 결속력은 약하고 일시적이야.
고작해야 짐을 포장하거나 꾸리는데 도움이 될 뿐인걸.
선인들은 여러 물건을 한 뭉치로 감싸기 위해
보자기를 사용했었지.
그러나 보자기로 쌀 수 있는 것은 작은 꾸러미일 뿐.
목재로 집을 지었던 우리 조상들은
나무와 나무를 하나로 묶기 위해서
장부맞춤을 했었지.
그러나 장부맞춤은 힘들고 느린 나무들 간의 결속일 뿐.
나는 할 수 있어.
믿지 못하겠지만
돌과 돌을
돌과 쇠붙이를
쇠붙이와 나무를
나무와 돌을
보자기처럼 감쌀 수도 있단다.
장부맞춤도 할 수 있단다.
어지간한 일은 잠시만에 할 수 있단다.
한 번 보자기로 싸거나
장부맞춤하면 영구적이란다.
강력한 결속을 이루는데는
소리없는 부드러움만 필요하지.
이질적인 사물들 사이로 침투하기만 하면
누구도 해체할 수 없단다.
원하는 모양대로
원하는 크기만큼
내 힘은 골리앗쯤이야 조족지혈
내가 만든다면 피라미드도 만리장성도 누워서 식은 죽 먹기지
바다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교량도
하늘을 찌르는 공룡 같은 건물도
내 마법의 손아귀에 있어.
내 힘의 원천은 물이지.
이런 걸 절묘한 궁합이라고 하지.
내가 물을 만나면 세상엔 기적이 일어나지.
내 이름을 들어보았니?
시멘트란다.
뒷뜰에서
가마솥걸이 화덕을 만든다고
시멘트로 벽돌을 쌓다가
스쳐가는 단상을 정리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