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담화

친구의 과수원 이야기

청곡2 2017. 11. 28. 07:00

 동생과 함께 친구의 과수원에 가서 일을 거들어 준다.

태풍에 스레트 지붕이 일부 파손된 허름한 시멘트 창고를 거처 삼고 있다.

대학 동기생인 친구가 처음으로 함양에서 사과 농사를 하는 곳이다.

 

친구는 반평생을 교편을 잡은 사람이다.

교육학 박사에 중고등학교 교장을 지내고 대구 시내에서 교육장을 지내고

퇴직한 후에 조카가 짓던 자기의 6000평 사과 농사를 직접 시작한 첫 해인 것이다.


 


30년 전에 조성한 과수원이라 나무가 노후화 되고

기계가 투입되어 일을 능률적으로 하기가 어려운데다가

무엇보다 경험이 없는 친구 부부라 소출로 치자면 보잘 것 없다.

 

투입한 자본에 비해서 수확한 소출이 적어서 아마도 마이너스일 것이라며

빙그레 웃는 친구를 나는 존경한다며 추켜세운다.

나는 친구에게 자서전 내용이 풍성해 질 것이라며 덕담을 아끼지 않는다.

친구는 자본주의의 논리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애시당초에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 시작한 농사가 아니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부부의 연금만으로도 윤택하게 살 수 있는 여유로운 삶에 과수일이 얼마나 많은 중노동인지,

인력을 구하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무경험자의 무모한 도전이라는 것을 알고도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친구는 교육자로서의 삶에서 완전히 탈바꿈하여

농부의 삶을 시작한 저돌적인 도전 정신을 가진 친구가 부럽다.

교육장 정도했으면 지역에서 손꼽아주는 인사다.

게다가 대학에서 출강하며 교수님 소리까지 듣던 사람이 일거에 명예로운 관직이며 교수 자리까지 내놓고

작업복을 입고 농삿일을 하는 노동자로서의 삶을 기꺼이 선택하는 반전이 존경스러웠던 것이다.

 

친구는 사과 한 개를 먹으면서도 예전과는 다른 생각으로 먹는다고 했다.

사과 한 개를 생산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과정과 피땀어린 노고가 필요한지를 생각한다며

그것이 마치 유일한 소득인 것처럼 말했다.

 

나는 장석주 시인의 시 한 구절을 인용한다.

대추나무 열매가 저절로 붉어질 리가 없다.

그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번개 몇 개가 들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