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곡2 2017. 12. 19. 07:00

뒤에서 두 손으로 눈을 가린 후

누구게?” 라며 스킨십 가득한 장난을 친 적이 있을 것이다.

허물없는 친구끼리 잠시나마 상상력을 발휘해서 반가움을 극대화하려는 것이다.

 

신비는 베일에 덮힐 때 우리의 감각의 더듬이를 유인하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베일은 시간적, 공간적으로 노출을 절제하는 것이다.

파리의 거리에서 망사를 쓰고 검은 드레스를 입은 난생 처음 보는 여인에게서 보들레르는 강한 유혹을 받았다.


 


안압지는 조감하지 않는 한, 어떤 지점에서도 전체를 한 눈에 볼 수 없게 설계되어 있다.

일본의 료안지 돌정원도 어느 지점에서도 배치된 전체의 돌을 볼 수 없게 되어 있다.


최고의 목조 건축인 부석사 무량수전은 입구에서 보이지 않는다.

안양루를 지나 돌계단을 오르며 불국토를 상징하는 무량수전이 한 순간에 화~악 펼쳐지도록 설계되어 있다.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동선을 자연 배경과 건물로 곡선으로 설계한 것이다.


 

지평선 너머거나 산의 뒷편에서 베일을 쓴 풍경은 신비로움을 풍긴다.

환한 빛으로 투명한 산이 아니라 은근하게 가린 부분에 호기심이 발동하고 상상력이 작동한다.

구름은 여백의 효과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풍경은 늘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풍경은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 그리고 내 마음에 따라 풍경이 변한다.

엄밀하게 표현하자면 한 번도 같은 산인 적은 없다.

 

구름은 한 번도 같은 형상을 취하지 않는다.

지상의 물방울이 빛, 온도, 습기 등의 다양한 조건에 따라 빚어내는 자연의 작품이다

넓고도 깊은 창공에 때로는 그려지고, 조각되고, 반사되고, 비추는 아름다운 자연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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