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신선처럼 살고 싶다
우리의 무의식에는 산신사상, 신선사상, 도인 사상이 잠재되어 있다.
단군 신화, 절간의 벽화에 그려지거나 대웅전 뒤편의 별채에 모셔진 신선, 동양화 속 무릉도원을 노니는 신선,
연못에서 도끼를 꺼내 나무꾼을 시험하는 동화 속의 신선, 최치원의 난랑비,
중국의 고대 역사서나 도가와 도교 속에서 등장하는 신선사상 등 수많은 신선 사상이
우리 민족의 문화 속에서 맥을 이어오고 있다.
고구려 벽화를 보면서 그들의 자유분방한 초월적 사상에 감탄을 거듭한다.
그 오랜 세월에도 색을 잃지 않는 사신도의 일부를 목각하기도 하고 차후로도 해보고 싶은 충동이 솟구치기도 한다.
상서로운 새나 짐승을 통해 이상세계를 꿈꾸고 구원을 지향하던 선인(先人)들의 의식이 DNA처럼 유전된 것인지......
날개를 단 우인(羽人)의 벽화에서 보듯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림이 다수 등장한다.
봉황을 타고 하늘을 나는 선인(仙人), 꽃을 뿌리며 부처님께 공양을 하는 비천(飛天),
하늘의 음악을 연주는 기악천(伎樂天) 등은
하늘을 숭배하며 영원한 복락을 누리고자 하는 그들의 간절함이 배어나온다.
지상에서의 현실적인 삶은 얼마나 불완전하고 고단하고 고통스러운 삶인가!
그러한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 대안으로 하늘이라는 유토피아를 설정하고 지극한 숭배를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초월적 욕구는 그 예전이나 지금이나 무엇이나 다를 바 있겠는가!
나도 신선이 되고 싶다.
날개를 단 우인이 아니지만,
신선도에 그려진 도인은 아니지만
동방삭이처럼 오래 무병장수하지는 못한다 해도
무릉도원을 날아다니지 못한다 해도
부귀영화를 누리지 못한다 해도
단순하고 소박한 소욕(少慾)의 삶 속에서 현대판 신선이 되는 길이 없겠는가?
나이를 이미 잊은 복숭아처럼 붉은 피부에 백발의 수염을 휘날리는 신선은 아니라도
카리스마를 지닌 장죽의 도인은 아니라도 강한 체력과 무병을 간절히 바란다.
구름을 타고 암벽을 뛰어오르는 도력은 없어도 혼잡하고 번거로운 세속잡사를 잊고
소박한 중에도 충일한 삶을 살고 싶다.
때로는 무릉 도원은 아니라도 여행을 즐기며 유유자적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아! 어쩌리오.
신선이 된다는 것은 원초적 욕망의 투영일 뿐 현실이라는 조건에 의해 걸러지지 않은
모순에 가득 찬 가식과 허위와 허영일 뿐인 것을.......
유한자인 인간의 본질을 초월하는 무병 장수의 욕망이며
사회적 존재로서 갈등과 경쟁이 없는 유토피아란 결코 존재할 수 없는 허망이며 환상에 불과할 뿐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