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곡의 글방

죽기 전에~~

청곡2 2018. 1. 23. 07:00

카피(Copy) 하나에 집중한다.

죽기 전에 먹어야 할 음식 100가지,

죽기 전에 가보아야 할 여행지 100,

죽기 전에 보아야 할 영화 등

죽기 전에 시리즈가 횡행하는 세상이다.

 

죽음은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상황이다.

모든 삶이 종결되는 허무와 절망의 극한 상황이다.

평상적인 삶에 죽음이란 느닷없는 가상 상황을 설정하며 긴장을 유도한 다음에

광고의 원래 속셈을 달성하려는 것이다.

 

카피라이터들은 인간의 심리를 꿰뚫어 본다.

시한부 환자들에게 가족들은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려고 한다.

가장 일반적인 소원이라면 먹고 싶어하는 것,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리라.

마치 죽음이 임박한 듯 상황을 유도하는 기발함 속에 교묘한 속셈이 숨어있다.

 

죽음은 때로 기적과 같은 상황의 반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악인이 선인으로, 증오가 화해로, 전쟁이 평화로 반전되며 해피 엔딩으로 이끌기도 한다.

그만큼 위력적이고 절대적인 상황인 것이다.

그래서 <죽기 전에~~~>라는 카피에는

삶의 막바지에서 시급하고도 절대적인 과제를 해결하라는

권유와 암시와 명령이 간접적으로 깔려 있는 것이다.

마치 이것도 못하고 삶을 마치면 원한이 남을 수도 있다는 투가 아니던가?

 

광고는 진리와 진실을 알리는 것을 최종 목적으로 삼지 않는다.

광고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의지의 화신이다.

짧고도 매혹적인 문안으로 무장된 촌철살인의 무기요

큐피트의 화살처럼 우리를 겨눈다.


또한 광고는 우리는 소비로 유혹하는 교묘한 교안영색이다.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광고는 대부분이 이윤을 극대화하는데 있다.

소비사회로 이끄는 바람잡이요, 뚜쟁이다. 

 

자애로운 어머니는 이것을 먹어보렴. 몸이 이롭단다.”라고 하지만

카피라이터는 죽기 전에 먹어야 할 음식이 100가지 있단다.”라고 한다.

그리고 그 음식을 만들어 이득을 챙긴다.


이런.....이런......세상에!

죽기 전에 해야 할 일이 고작 맛잇는 음식 몇 가지를 찾아다니는 일이라면

그런 인생은 너무 초라하고 경박스럽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