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담화

나는 소비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청곡2 2018. 1. 25. 07:00

삶의 중대한 결단으로 선택한 시골 생활은 조용하고 소박한 자연에 귀의한 삶이다.
별빛이 영롱하고 사람의 왕래가 적은 고요하고 한적한 곳에서 살아간다.
그런 나도 간혹 도시에 나간다.
때로는 자본주의의 강이 도도하게 흐르는 도시의 부산함과 화려함과 풍성함에 호기심을 품기도 한다.



바람 부는 날이면 압구정동으로 가라는 유하 시인의 시 구절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과연 도시는 욕망의 통조림 공장이다.
대형 마트 선반에 차곡차곡 진열된 욕망들의 유혹은 밤거리의 여인보다 요염하고 끈덕지다.
시선이 닿은 곳마다, 발길이 닿는 곳마다 통제하기 어려운 먹거리며 입을 거리며 볼거리들....
갈수록 섹시하게 바람이 부는 압구정동으로 오라고 하는 시인의 분노에 찬 절규가 소음 속에서 들려온다.



대도시는 산업자본주의가 판을 치는 치열한 소비사회다.
산업자본주의가 대도시를 길들이는데 성공한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의 욕망을 끌기 위해 자본력을 동원하여 욕망의 집어등을 환하게 밝혀놓았기 때문이다.



인간의 허영심과 사치를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을 가장 꿰뚫어 본 

산업자본가들의 야릇한 미소 속에 이 체제는 갈수록 번창해 나간다.

대도시의 소비사회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마치 환각제에 취한 듯이 소비한다.
도시의 불빛 아래 욕망의 나신들이 꿈틀거리며 유혹한다.
생활에 필요한 것을 사는 것이 아니라 재미로, 보란 듯이 자랑삼아 마구잡이로 구입한다.
마치 자신의 존재 가치를 고급스러운 상품으로 증명하려는 환각에 취한 것처럼..... .
소비는 자유인의 표상인 것처럼, 신분 상승의 에스컬레이터인 것처럼.......


아래는 미국의 사진 예술가인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이다.
나는 쇼핑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구절을 패러디 한 작품이
내 너저분한 수다보다 훨씬 간결하고 함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