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곡의 글방

오빠회의 추억

청곡2 2018. 2. 2. 07:00


예전의 일이지만 교원으로 구성된 한 모임이 있었다.

우리는 우스갯 소리로 모임의 이름을 오빠회라고 부르곤 했었다.

오십천 빠루를 줄여서 오빠회라고 한 것인데 우리만의 익살이 담겨있다.

오십천은 영덕군의 하천을 말하는 것이고 빠루는 쇠지렛대의 일본식 표현이다.

오십천에서 반두와 쇠지렛대로 천렵을 하며 놀곤 하던 추억이 떠오른다.

우리는 그렇게 잡은 민물고기를 냇가에 솥을 걸고 매운탕을 끓여 먹는 일도 잦았다.


 

많은 사람들은 이 단순한 천렵에 담긴 의미와 재미를 모른다.

먼 곳에 가서 직접 민물 고기를 잡는 힘든 일이며 요리해 먹는 번거로운 일을 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

라며 의아해 할 것이다.

매운탕을 하는 집에 가서 사먹으면 될텐데......점잖치 못하게...쯔쯔”라며

혀를 차거나 헛수고나 쯤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헛참! 모르는 소리하지 마시오.

그게 꼭..... 매운탕을 먹기 위한 작업이 아니었다니까요.

물고기를 잡으며 마음 맞는 이들과 함께 즐겁게 노는 일이었지요.

나는 힘이 좋으니까 빠루맨이 되고 나는 반두질을 하고 제일 막내인 나는 고깃그릇을 들고 다니는

등의 자발적인 역할 분담을 했지요.

요리할 때도 그런 식이었어요.





천렵이란 어찌 보면 원시적이고 회고적인 행위는 하천에서 이루어지는 즐거움이 있다니까요.

깊고 얕거나, 바위와 자갈, 모래가 있고,  물살의 소리가 들려오는 자연은 어른들의 놀이터지요.

일하면서 노는 것도 그 당시의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지요.


우리는 모임의 모든 과정에 능력만큼 참여했던 것이지요.

여기에는 노동의 소외란 것을 찾아보기 어려웠지요.

우리가 임시로 결성한 공동체 안에서 단조롭지만 동일한 목표 의식을 가지고 있었지요

자연은 우리의 욕심만큼 많은 고기를 수확물로 주지 않았지만 우리의 노고가 담긴 것에 만족할 줄 알았지요.


 


그리고 공동 작업을 통해 수확한 것을 요리해서 함께 나누어 먹으며

사유재산이 없는 사회를 잠시 체험한 것이기도 했답니다.

우리는 경쟁할 필요도 없고 큰 고기를 많이 잡을 때마다 환호성을 올리며 아이들처럼 기뻐하며 환호성을 질러댔지요.

가만 생각하니 자본주의적 탐욕과 경쟁이 없는 공산사회의 체험 같은 느낌도 들었지요.

교원이다보니 제 직장에서는 교장이니 장학사니 평교사니 하는 구분도 여기서는 아무 의미가 없었지요.

나이가 많은 선배나 후배나 남자나 여자 등의 구분도 전혀 무의미한 것이었어요.





술에 취해 기분이 몽롱하던 어느 날, 우리가 마치 각설이패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마을 저 마을 유랑을 하며 공동으로 생활을 꾸려가는 그 패거리들 체험 같은 것이지요.

공동생활을 하면서 능력만큼 일하고 똑같이 나누었기에 절대 빈곤 속에서도

따뜻한 마음을 가졌던 유랑인들에게도 삶의 의미와 재미가 있다는 걸 알았지요. 

묘하고 짜릿한 체험이었지요.

 


우리는 잡은 수확물을 팔지도 않았고 사유재산으로 나누어 가지지도 않았지요.

그냥 그 자리에서 한꺼번에 먹어 치웠지요. 하하


들어가는 비용은 똑같이 나누어 내고

기분 좋은 일이 있는 이는 박수 몇번 받고 한 턱 냈지요.

일 못해도 눈치 안보고 배불리 먹고

힘세고 유능한 일꾼도 제 배만큼 먹었던

원시공산사회의 체험이라고 익살을 부리고 싶답니다.

하하